[단독] 방치된 '좀비대학' 60곳…학생 유출 → 재정난 → 교육악화 '악순환'

2025-11-19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등록금 장기 동결로 인해 국내 대학의 재정 위기는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내부 자정 노력이 없는 대학의 경우 뿌리 깊은 사학 비리까지 겹치며 소생 불능 상태에 이르렀지만 이를 사전에 잡아내거나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체계도, 관련법도 미비한 상황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 없이는 경쟁력 있는 대학을 육성하는 전략도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대학 10개 중 1~2개 꼴로 최근 10년 사이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하위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알리미 공시 기준 국내 대학은 현재 총 415개(일반대 250개·전문대 165개)다. 이 가운데 최근 10년 사이 학자금 대출지원 제한대학으로 1번 이상 선정된 곳은 총 60개교(14.5%, 일반대 31개·전문대 29개)에 달했다.

해당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학자금 대출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받은 곳도 총 35개교(일반대 19개·전문대 16개)였다. 이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든 매번 ‘하위권 고인물’인 대학이 상당수임을 의미한다. 지난 10년 사이 교육부의 평가 방식은 대학구조개혁평가, 대학역량진단평가(2018년 기준·2021년 기준), 기관평가인증 및 재정진단 등 총 4차례에 걸쳐 바뀐 바 있다. 최소 5회 이상 학자금 대출이 중단된 대학으로 기준을 높여도 10곳이나 되지만 이 가운데 문을 닫은 곳은 한국국제대(2023년 폐교) 단 한 곳 뿐이었다.

극심한 재정난에도 방만 운영을 강행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에게 돌아간다. 대표적으로 10년 연속 학자금 대출이 끊긴 신경주대(옛 경주대)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누적액 72억원에 달하는 임금 체불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10년 연속 학자금대출제한대학에 선정된 웅지세무대는 지난해 교직원 80명에 대한 23억원 규모의 체불임금과 함께 학비횡령·족벌경영 등이 적발됐다. 이처럼 폐교 직전 상태까지 치닫은 대학에서는 ‘학생 유출-재정난 심화- 교육 환경 악화’라는 악순환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문제는 재정위기로 존립 자체가 어려워지는 대학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년제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2020년 87.6%에서 2023년 85.3%로 줄었으며, 4년제 대학생 수는 2025년 164만여명에서 2034년 151만 7000여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등록금 의존율이 50%가 넘는 사립대학의 경우 더더욱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재정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부실운영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한 교육부 감사도 역부족 상태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확보한 ‘사립대학 관리·감독 실태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사립대학 대부분이 정부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대학 설립 이후 한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4년제 사립대학은 35개교, 전문대학은 39개교에 달했다.

이처럼 부실 대학에 대한 사전 감독과 사후 정상화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자 정부는 자발적인 통폐합 및 폐교를 유도하기 위해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내년 8월 시행되는 이 법안은 사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가 구조개선 대상 대학을 지정한 뒤 재무구조 개선, 대학 통폐합, 폐교·해산 등의 구조개선 이행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재산 처분 및 사업 양도가 이뤄질 경우 재정 관련 규정을 완화해 신속한 학교법인 해산을 장려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해당 법안 역시 대학의 참여를 이끌기엔 부족한 요소가 많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법무법인 태평양의 사립대학구조개선법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태평양은 해당 법안에 △자발적 구조개선 유인(특례 등) 부족 △구조개선에 따른 세제혜택 근거 규정 부재 △절차상 특례 규정 부족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분쟁의 여지가 있는 대목은 ‘해산정리금’ 지급이다. 학교법인 해산 후 남은 재산을 정관에서 지정한 다른 학교법인에 귀속하도록 했던 기존 사립대학법과 달리 사립대학구조개산법은 잔여재산의 15% 이내를 설립자 등에게 해산정리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문제는 지급 기준과 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놓고 법안 시행을 9개월 남겨둔 현 시점까지 대통령령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계에서는 "헐거운 시행령으로 인해 비리사학만 ‘재산 먹튀’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세밀한 시행령 마련과 함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것을 조언한다. 오정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사립대 구조개선지원센터 센터장)는 “대통령령에서 재차 구체적인 기준을 하위법령에 위임하게 될 경우 법적 분쟁 위험이 커진다”며 “해산정리금을 포함해 구조개선과 관련된 각종 기준과 절차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쟁을 최소화하려면 각 대학이 구조개선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학생·교직원·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 및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절차가 보장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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