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처럼 졸업생 연봉 등 구체적 공개 학생에 '제대로 된 선택권' 돌려줘야"

2025-11-19

“지금까지 대학은 모든 학과 규모를 일괄적으로 줄이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해 왔습니다. 이보다는 학생 수요에 맞춰 선별적으로 학과단위의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대학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합니다.”

고영선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은 최근 충북 진천 교육개발원 본원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각 과별 인원을 일괄 감축하는 기존 방식의 구조조정은 학과 규모 자체를 줄이며, 이에따라 해당 과 내에서 세부전공 교수 확보 또한 힘들어져 이는 결국 ‘대학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학생 수요에 기초한 대학구조조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고 원장은 한국개발원(KDI) 선임연구원 시절인 2023년 ‘대학구조개혁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내놓는 등 고등교육 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고 원장은 정부가 개별 대학을 평가해 정원조정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닌, 학생 평가를 기반으로 경쟁력이 낮은 대학은 스스로 퇴출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학생들의 대학 선택을 돕기 위해서는 졸업 후 1년간의 취업률 뿐 아니라 오랜기간의 취업률을 제공하는 한편 취업 후 연봉과 같은 ‘취업의 질’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며 “등록금 인상 권한 또한 대학에 보다 많이 부여해 교육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대학간 경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대학의 각종정보를 취합해 제공하는 ‘대학알리미’ 사이트에서 졸업생 평균 연봉 등의 핵심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반면 미국 대학 대부분은 대학 홈페이지 내에 학과별 졸업생의 취임 후 초임 연봉을 구간별로 세분화해 보여준다. 졸업생 연봉 등과 관련한 이른바 ‘정보비대칭성’이 없어, 학생들은 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학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자연스레 미국 대학의 신입생 유치 경쟁은 한국 보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부 국립대들이 낮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국립대의 존립 목적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학재정알리미’에 따르면 국공립대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재정 지원액은 2100만원 가량으로 500만원에 불과한 사립대 대비 4배 이상 높지만, 국립대의 특화된 역할은 물론 이들 학생에게 보다 많은 재정을 지원할 특별한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고 원장은 “국립대의 역할론과 관련해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교육비 지원, 기초학문 육성, 교육혁신 등을 생각할 수 있다”며 “다만 국립대 대부분이 특화된 기초학문 분야가 없는 종합 대학인데다 국공립대 학생들 중 부유층도 많다는 점에서 국립대 역할론에 물음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국립대는 사립대 대비 많은 재정지원을 받고 있어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외부 압력이 낮을 수 있다”며 “비수도권 사립대처럼 비수도권 국립대 또한 학생 수요가 높은 전공을 중심으로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원장은 수도권 입학정원 규제 문제 또한 장기적으로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수도권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이 많지만 정원 규제로 수도권 내 대학은 일종의 ‘지대(地代, rent)’를 보유하게 돼 교육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유인동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관련 규제를 완화해 비수도권 대학이 수도권으로 이전하거나 분교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대학간 혁신 경쟁은 보다 치열해 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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