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SK텔레콤 신규 영업 재개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심 해킹 사태로 발이 묶인 사이 60만명의 이탈자가 발생한 SK텔레콤이 점유율 회복을 위한 공세에 나설 공산이 높다.
다만 일각에선 보안 강화, 보상안 등 후속조치로 인한 재무 부담과 배당 확대 등 자금 여력이 제한된 만큼 당분간 공성보다는 수성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이후 현재까지 58만7269명의 고객이 경쟁사로 이탈했다. 가입자 순감수도 5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회선은 2300만개 아래로 내려갔으며 점유율은 40.08%까지 밀려났다.
SK텔레콤은 신규 가입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19일까지 예약자 전원에 대한 유심 교체 완료가 예상됨에 따라 당위성이 확보됐고 정부와 조율만 남은 상태다. 늦어도 다음주부터는 신규가입 중단 조치가 해제될 전망이다. 앞서 16일부터는 e심을 통한 신규가입을 순차 재개했다. 덕분에 1만에 육박했던 일일 가입자 순감수가 3000명 수준까지 줄었다.
점유율 회복을 위한 실탄도 마련된 상태다. 올 1분기 기준 SK텔레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작년 동기대비 1700억원가량 늘어난 1조3395억원이다.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현금자산이 늘었다.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의 현금자산은 1조1506억원, 5900억원으로 각각 25.3%, 16.3%씩 줄었다.
현금성 자산은 마케팅 재원으로 활용 가능하다. 그간 재무 부담으로 작용했던 SK브로드밴드 잔여 지분 매입을 위한 재원은 카카오 지분 처분과 회사채 발행 등으로 마련했다. 공고한 현금흐름과 영업력을 앞세워 보조금 경쟁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은 SK텔레콤이 올 하반기에 약 1조721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보조금 집행 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한 유심재고 확보와 보안 투자, 유통망 현금 보상책 등 후속조치에 따른 재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유출 피해를 입은 가입고객 전원에 대한 보상안 마련에도 수천억원대의 재원이 필요하다. 배당 확대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 회장의 1조3800억원의 재산 분할 판결에 따라 자금 조달을 위해 계열사 배당 성향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SK텔레콤은 SK㈜의 배당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불확실성을 대비해 보유 현금을 마케팅비에 쏟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가입자 이탈이 지속되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가입자 기반 현금흐름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신규 가입이 재개되도 경쟁사 보조금 경쟁에 대응하는 수준에서 마케팅비를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