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봉투법과 정년 연장 부작용 최소화하고
노사정 대화 복원, 노동 개혁 대타협 모색을
실용주의를 천명한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은 파격이었다. 64년 만의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 후보자를 내는가 하면 전문성 있는 기업인을 발탁했고, 전 정권의 장관을 유임시켰다. 고용노동부 장관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한국철도공사 기관사를 내정했다. 민주노총 출신 첫 노동장관 후보로,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을 지낸 뒤 2010~2012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역임했다.
노란봉투법과 주 4.5일제 도입, 정년 연장 등 노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노동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노동 현장 출신 장관의 등장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대통령실은 “전 정부의 노동 탄압 기조를 혁파하고 노란봉투법 개정 등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반면에 ‘친노조’ 정책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경영계는 긴장하고 있다.
새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을 내세우며 노동권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일자리와 연계된 노동 현안 처리에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과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은 기업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도 기업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노동자의 권리 강화도 중요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서는 곤란하다.
고용노동 정책의 키를 쥔 장관은 각종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업무보고에서 밝혔듯 경영계의 우려를 참고해 새로운 노란봉투법 입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정년 연장도 기업의 상황과 실현 가능성 등을 반영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노동권 강화는 공염불일 뿐이다. 경제 전반의 상황을 고려한 노동 정책을 펼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장 출신이란 강점을 살려 노동계와 활발한 소통은 하되, 이제 정책 책임자가 된 만큼 ‘노조의 대변인’이 아닌 노사정의 가교 역할에 충실하길 기대한다. 민주노총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는 등 노동 개혁을 위한 대타협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조가 원하는 노동 정책만을 반영해서는 안 된다. 2023년 기준 노조 조직률은 13%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대표하는 양대 노총의 주장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고용 정책은 사라져 버릴 수 있다. 비노조 근로자와 앞으로 근로자가 될 청년층의 고용 문제 등까지 포괄하는 정책과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노조에 매몰된 정책에만 치중한다면 김 후보자의 임명을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날아오는 신호탄”이라고 했던 야당의 비판이 괜한 말이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