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다양성

2025-05-20

다시 강조하지만,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자는 목표를 공유하며 모여 사는 곳이 사회다. 그래서 사회에는 권위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사회 구성원들이 기꺼이 동의하는 권위가 발휘되어야 서로 다른 생각들이 충돌하고 갈등할 때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어서다. 그러면 권위는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권위는 ‘권(權)으로부터 발원되는 위엄, 위세’라는 뜻이다. 권이 위엄, 위세의 근거라는 얘기다. 권은 저울추를 가리킨다. 저울추는 눈금이 매겨 있는 저울대의 한쪽에 거는 일정한 무게의 쇠다. 저울대의 한쪽에는 저울추를, 반대쪽에는 재고자 하는 물건을 걸어놓은 다음 저울추를 양옆으로 움직여 저울대가 평형을 이루게 되면, 그때 저울추가 있는 곳의 눈금이 바로 물건의 무게가 된다.

이렇게 저울추, 곧 권은 균형을 잡아주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권위에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위엄, 위세 등이 이러한 균형으로부터 비롯된다는 통찰이 담겨 있는 셈이다. 권위는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행사한다고 하여 통용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것은 기울어진 것을 바로잡을 때 비로소 위엄을 갖추게 되고 위세도 떨치게 됨을 일러준다. 권위가 저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균형을 구현해내는 사회적 조절 장치인 까닭이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권위의 행사를 보장받은 기관이 기본으로 추구해야 하는 바가 바로 균형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기관이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가령 대법원은 특정 대학 학과 출신이 정원의 반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인적 다양성을 갖춰야 사회 구성원의 상이한 사고와 이해관계 등이 조금이라도 더 반영될 수 있게 된다.

다만 권이 무조건 균형을 추구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권은 임기응변 정도로 풀이되는 ‘권도(權道)’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그런데 이때의 임기응변은 도를 실현하기 위함이지 그저 그때그때 되는대로 함을 말하지 않는다. 권도에 ‘도’ 자가 들어 있는 이유다. 균형을 잡음도 도의 실현, 민주 헌정 사회체제로 말한다면 헌법정신의 실현이라는 대전제에 부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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