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주요 행사들이 열린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정상회의장이 있는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와 엑스포대공원 내 경제전시장, 세계 언론이 모인 국제미디어센터(IMC) 등 시설들은 모두 보문관광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묵은 힐튼호텔이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머물렀던 라한호텔 등 APEC 회원국 정상과 방문단이 숙박한 호텔들도 보문관광단지에 대부분 밀집돼 있다.
주요 시설 밀집된 ‘자연 요새’
경북문화관광공사에서 관리하는 관광특구인 보문관광단지는 1979년 개장했다. 대규모 인공호수인 보문호를 중심으로 다양한 컨벤션 시설과 숙박 시설, 엑스포대공원, 놀이공원, 연수원 등이 위치해 있다.
APEC 정상회의의 주요 행사가 보문관광단지에서 이뤄진 것은 이곳에 컨벤션·숙박 인프라가 밀집해 있어서만은 아니다. 항아리 모양처럼 생긴 지형으로 각국 정상들이 머무르거나 이동할 때 경호가 용이하다는 점이 한몫했다. 드나들 수 있는 진입로가 극히 제한돼 있고 사방이 산으로 막혀 있는 지형이 ‘자연 요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경주는 동쪽에 토함산과 남쪽의 남산, 서쪽의 선도산, 북쪽의 단석산이 감싸고 있어 외부에서 접근할 경로가 극히 제한적이다. 실제 주요 정상들이 이동 등으로 보문관광단지를 일시적으로 차단·통제할 때는 경주나들목에서 단지로 이어지는 도로 1~2개만 통제하면 되는 구조다.
보문관광단지 내 여러 숙소가 위치해 있어 정상들이 행사장으로 이동할 때도 불필요한 노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신라 때부터 왕경 방어한 지역
역사적으로도 보문관광단지가 위치한 곳은 요새처럼 활용됐다.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본래부터 군사와 행정 중심지로, 방어와 통제를 고려해 도시가 형성된 역사적 배경이 있다. 그 중에서도 보문호가 있는 지역은 신라 때 서라벌을 방어하는 명활성이 있던 곳이다. 명활성은 명활산 정상에 자연석으로 쌓은 둘레 약 6㎞의 산성으로, 당대 왕경 방어 시설의 핵심이었다.
또 보문관광단지는 대릉원, 황리단길 등이 위치한 경주 시내와도 차로 약 15분 정도 떨어져 있어 교통 통제를 하더라도 시내 교통 흐름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APEC 정상회의 전 경주를 방문한 정부 관계자들도 보문관광단지의 이런 이점들을 높이 평가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경주에서 출입 기자단과 차담회를 열고 “6·3 대선 전에 당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을 맡게 돼 제일 걱정됐던 게 APEC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김 총리는 “당시 우리가 굉장히 준비가 안 되는 것 같아 잘못되면 큰 문제가 생기겠다 싶었다”며 “정말 큰 걱정을 갖고 경주를 찾았는데 사실 처음엔 암담했다. 인프라나 모든 게 전혀 정리가 잘 안 돼 있었다”고 했다.
총리도 “이만한 지역 없다고 생각”
그러면서 “사실 경주에서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한 번, 두 번, 세 번 경주를 오면서 경주로 선정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만한 지역이 없다”며 “큰 규모의 호텔들을 이 정도로 갖고 있기도 쉽지 않고. 보여줄 수 있는 역사적 콘텐트가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는 2005년 부산 APEC 고위관리회의, 2010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2011년 UNWTO 총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도시 역량을 입증해 왔다”며 “철저한 준비와 세밀한 대응은 높은 신뢰로 이어졌고 결국 경주가 최종 개최지로 선정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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