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연계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사이캐리어(SiCarrier)가 약 4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술 자립을 위한 중국의 속도가 한층 빨라지는 흐름이다.
14일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이캐리어가 첫 자금 조달에 나섰으며 규모는 28억달러(약 3조96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이캐리어는 화웨이의 반도체 장비 제조 부문에서 설립된 회사로,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부서 직원들이 파견되는 등 두 회사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이캐리어는 최근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 3월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국제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에 30종의 반도체 장비를 공개하며 주목 받았다. 식각 장비부터 검사 장비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이 포함됐지만 대부분의 장비는 개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설립된 사이캐리어는 선전시 정부가 소유한 업체로, 회사 가치는 800억위안(약 15조7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전시는 이 중 지분 약 25%를 매각할 계획이다. 사이캐리어는 유치한 자금을 대부분 연구에 사용할 계획이며 중국 국영기업과 국영펀드, 사모펀드 등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중국 기업의 위안화 표시 자금 조달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이캐리어가 빠르게 발전하며 일본 도쿄일렉트론, 미국 램리서치, KLA 등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제품은 양산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자 멀티패터닝 기술을 활용해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를 우회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로이터는 인텔과 TSMC가 이 같은 기술을 적용했지만 제조 단계의 증가로 인해 오류와 수율 저하가 발생할 수 있어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이캐리어가 빠른 기술 진보를 이룬다 해도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외국 기업의 지배적 지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사이캐리어가 화웨이와 연관됐다는 점도 고객들이 구매를 꺼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가장 큰 문제는 제품 자체가 아니라, 고객이 장비를 사용할 때 화웨이가 그들의 공정 파라미터를 알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만약 사이캐리어가 크게 성장하려면 화웨이와 완전히 분리돼야 하지만 그 경우에도 제품 검증과 개선에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선전시는 1조원에 육박하는 반도체 투자펀드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선전시가 50억위안(약 98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전용 펀드를 설립했다며 선전시와 선전시 룽강구 지방정부가 출자하고 국유기업인 선전캐피털그룹이 운용을 맡았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