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짓는데 1조, 새 단장에 3조?···배보다 배꼽이 큰 인천공항 리모델링

2025-08-17

2001년 완공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전면 새 단장(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비용이 개항 당시 공사비(1조3816억원)의 두 배가 넘는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7년 12월부터 2033년까지 제1여객터미널의 외장과 지붕, 골조를 제외한 모든 시설을 리모델링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리모델링 계획안은 지난 5월 기본설계를 마쳤고, 조만간 실시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계획안을 보면 개항 이후 365일 24시간 무중단 운영으로 노후화된 건축·기계·전기·통신·소방·수하물시스템(BHS)의 시설이 전면 교체된다. 1990년대 기준으로 설계된 소방·내진·내화 등 성능 개선과 안전기능 강화 등이 포함된다.

3층에 있는 출국장 6곳은 4곳으로 통합된다. 중앙에 있는 출국장 4곳을 2곳으로 통합하고, 동·서 끝단에 2개의 프리미엄 출국장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보안구역 내 동·서편의 환승장도 한 곳으로 통합하고, 예비 환승장 한 곳을 신설하게 된다.

출국심사 절차도 변경된다. 지금은 체크인 후 보안검색을 받고 출국심사를 받지만, 리모델링 이후부터는 출국심사를 먼저 받은 뒤 보안검색을 받게 된다.

1층에 있는 6곳의 입국장과 환영홀도 2곳의 통합입국장으로 조성된다. 별도로 ‘특별입국장’ 한 곳을 신설한다. 1층과 2층 중간에 설치된 입국장 출구 쪽 ‘유리 다리(글라스브릿지)’는 모두 철거된다.

문제는 공사가 추정한 리모델링 비용이다. 기본설계에서 제시한 사업비는 2조8466억원이다. 제1터미널 건설 비용인 1조381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에서 제시한 사업비(1조195억원) 보다도 훨씬 많다.

공사는 “물가상승률(30%)을 반영해야 하고, 공사범위가 확대됐다”며 “KDI의 비용 추계에선 여러 개의 항목이 빠진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KDI의 비용 추계와 비교하면 건축비가 2369억 원에서 5501억 원으로 갑절 넘게 뛰었다. 기계 부문이 2162억 원서 4185억 원으로, 전기 부문이 1305억 원서 3524억 원으로, 정보통신 부문이 627억 원서 3778억 원으로 느는 등 많게는 6배가량 비용이 상승했다.

공항 안팎에서 3조 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비용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공항 4단계 사업으로 지난해 완료된 제2여객터미널에 확장 공사에는 총 2조4000억 원이 소요됐다.

인천공항의 한 직원은 “지금도 외국공항에 비해 모든 시설이 우수하고 멀쩡한데, 보수해서 사용하면 될 것을 건축비보다 2배 넘게 들여 리모델링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개항 당시 모든 시설이 100년 이상도 끄떡없다고 했는데, 결국 ‘빈말’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비용이면 터미널을 새로 짓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KDI는 “공사가 기본·실시설계 과정에서 사업규모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에서 지시가 있으면 예비타당성 재조사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2조8466억 원은 기본설계가 끝난 뒤 모든 부서의 의견을 취합해 산정했다”며 “비용이 늘어난 부분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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