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폐물 URL

2025-08-17

흔히 웹사이트 주소로 알고 있는 URL(Uniform Resource Locator)은 컴퓨터 네트워크 상에서 정보 자원의 위치와 종류를 표시하는 일련의 규칙을 말한다. 예컨대, 경향신문 홈페이지는 ‘http://www.khan.co.kr’로 표시된다. 이 URL이 없는 네트워크는 그냥 정보 더미일 뿐이다.

원자력 분야에서 URL은 지하연구시설(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를 말한다.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시설인데, 최대한 방폐장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지하 500m 지점에 짓는다. 한국에선 지난해 12월 강원 태백시가 URL 부지로 선정됐고, 내년 착공해 2032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URL 건설은 부지 선정부터 쉽지 않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공고 후 유치 지원서를 낸 곳은 태백시가 유일했다. 부지로 확정된 후에도 이 부지에 퇴적암층이 포함돼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나왔다. 공단이 지난 12일 예정지에서 채취한 암석 샘플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부지 적절성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취지였다. 공단은 이곳에 화강암층이 충분히 분포돼 있고, 여러 암종이 섞인 지점이 연구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시설 건설도 이 정도니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넘어야 할 산이 더욱 더 많을 것이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 2만t이 개별 원전 내 대형 수조인 습식저장조에 임시 보관돼 있다. 하지만 2030년 한빛원전을 필두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그마저 포화 상태에 들어간다.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됐지만 방폐장 건설 진척 속도는 매우 더디다. 내년에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가 시작돼도 건설 완료는 2063년에나 된다.

방폐장 없는 원전은 ‘화장실 없는 아파트’와 마찬가지다. 방폐장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순서이고, 그에 대한 합의를 하루라도 빨리 이뤄나가야 한다. 인공지능(AI) 등 대규모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주장할 게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한다. URL이 인터넷에서 갖는 의미처럼 방폐장 건설에서도 지도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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