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인천 송도에서 60대 아버지가 자신의 생일 잔치를 열어준 30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그의 서울 집에서는 시너 15통과 타이머로 만든 폭탄도 발견돼 인근 주민들까지 공포에 떨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집에 60대 남성이 불을 질렀고, 또 다른 60대 남성은 지난 5월에 서울 지하철 5호선 객차에 방화를 시도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기원에서 70대가 홧김에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중상을 입고 1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60대 이상 노인들의 앵그리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경찰이나 법무부의 통계를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경찰청이 발표한 ‘2024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는 총 158만3108건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61세 이상 피의자가 18.8%로 청년층(19∼30세)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또 법무부 조사를 보면 지난해 전체 수형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5년 9.5%에서 지난해 17.5%로 증가했다. 교도소 수형자 5명 중 1명 가량이 60대 이상 노인인 셈이다. 수형자 중 남성 비율은 90%에 달한다. 특히 살인, 성폭력 등 강력범죄의 비율은 훨씬 높다. 전체 강력범죄는 해마다 줄어드는데 60세 이상 강력범죄는 급증하는 추세다. 노인 인구 증가율의 2배를 넘는다.
왜 그럴까. 첫째는 요즘 60∼70대는 몸은 건강한데 비해 직장에서 밀려나는 등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어지면서 갖게되는 고립감이다. 이 고립감이 사소한 자극을 받아도 공격적으로 폭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생존한 부모와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부담도 스트레스 요인이다. 60대 사제 총기 살인범의 경우 이혼한 전처는 사업적으로 성공한데 비해 자신은 백수인데다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도화선이 되었다. 둘째는 고령층의 정신건강 적신호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전체 노인 중 20% 이상이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상당수가 폭력적 충동이나 자해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 한국 노인의 빈곤율이 3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노인자살율 역시 10만명 당 39.2명으로 단연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해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고령자에게 배타적인 사회문화와 현금성 복지정책 등을 꼽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아닐까. 흔히 노인들은 4고(苦)에 시달린다고 한다. 질병, 빈곤, 고독, 무위(無爲)가 그것이다. 노인에게 일자리는 이들 4고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정책이다. 문제는 노인들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괜찮은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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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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