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절, 예절’ 하며 챙기는 게 옥이나 비단 예물만을 말함이겠는가? ‘음악, 음악’ 하는 게 어찌 종이나 북과 같은 악기만을 말함이겠는가?” 값비싼 예물이나 음색 좋은 악기도 필요하지만, 예(禮)와 악(樂)의 근본정신인 공경과 조화의 실천이 더 중요함을 설파한 공자의 말이다.

‘만사여의(萬事如意)’의 ‘여의’는 ‘뜻대로’라는 축사이지만, 원래는 하나의 물건으로서 등을 ‘여의’하게 긁을 수 있는 조장(爪杖·효자수)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런데 청나라 자희태후 때는 예물이었던 여의가 등 긁는 역할도, ‘여의함’을 비는 공경심도 사라지고 금·은·옥으로 장식한 뇌물로 변하였다. 이내 청나라는 ‘여의’하게 망했다. 후궤(侯軌)라는 사람이 있었다. 태자의 봄나들이에 여악(女樂·기생)을 준비할 것을 권했다. 태자가 말했다. “뭣 땜에 악기와 여색이 필요하겠느냐? 자연이 곧 맑은 음악인데….” 후궤는 창피를 당했다.
예악(禮樂)은 형식도 필요하지만 진정한 공경심과 자연의 소리에 취할 줄 아는 순수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 전략적 고가 선물, 화려한 음악회 티켓보다는 진정한 공경의 한마디, 마음이 담긴 위로의 노래 한 소절이 더 값지다. ‘챙기는’ 격식보다는 ‘따뜻한’ 감동을 귀히 여기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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