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 대표/산림치유지도사

요즘 숲은 온통 초록색 세상이다. 하늘도 땅도 바람의 숨결도 초록으로 숨을 쉰다. 눈이 부시게 부서지는 햇빛을 따라 팔 벌린 잎들이 초록으로 넘친다. 지금 이 순간 숲은 초록색만으로도 충분하다. 숲을 끌어안은 그 당당한 생명의 초록색이 빛나고 빛나 경이롭다.
그래서 숲초록은 생명의 색이다. 아주 오랜 옛날 원시 광합성 생물인 남조류에서부터 시작했다. 그 색은 진화를 거듭해 숲의 색으로 발전했다. 식물이 살기 위해 몸부림친 흔적의 색이다. 지금도 그 흔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식물은 애초부터 자급자족하는 생물이다. 다른 생물을 식량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생장한다. 식량을 생산하는 공장은 광합성이다. 광합성에는 햇빛 재료가 들어간다. 햇빛의 양에 따라 식량 생산도 달라진다.
햇빛 재료를 얻는 일은 엽록소가 한다. 엽록소는 햇빛이 비치는 곳을 따라 쫓아다닌다. 잎을 크게 펼치기도 하고 햇빛 비치는 쪽으로 돌아앉기도 한다. 그렇다고 햇빛 재료를 다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쓸 수 없는 재료도 있어 이를 거르며 사용한다.
엽록소는 가시광선 햇빛 재료를 얻으면 이 중에 파장이 긴 빨간색과 파장이 짧은 파란색을 광합성으로 쓴다. 파장이 중간에 있는 초록색은 뱉어낸다. 그것이 잎에 쌓인 초록색이다. 광합성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면 초록색도 무더위와 함께 더욱 짙어간다. 활발한 생명 활동의 증거다.
이렇게 쌓인 초록색은 지상 공간에서 중심과 균형을 잡는 색으로 거듭난다. 생명의 색이기에 그렇다. 가시광선에서 잘 나타난다. 가시광선 파장의 범위는 360㎚에서 780㎚ 사이다. 이 범위에는 7가지 무지개색이 있다. 이들 색 중에 빨간색 파장이 가장 긴 640㎚~780㎚다. 파장이 가장 짧은 보라색은 360㎚~400㎚다. 반면에 초록색 파장은 가장 중심부 550㎚ 안팎에 있다.
그렇게 형성된 초록색은 지상의 공간에서 시원한 숲을 이룬다. 빨간색은 뜨겁다. 보라색은 차갑다. 식물은 뜨겁고 차가운 색을 재료로 쓰고 시원한 초록색은 배출한다. 이 때문에 여름철 숲은 시원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초록색은 하늘의 파란색과 땅의 흑갈색 중간 지상에서 조화를 이루는 색이다. 하늘과 땅 사이 밋밋한 지상 공간을 초록색으로 거슬림 없이 균형을 잡는다.
그래서 숲초록은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일 없이 균형과 중심을 잡는 안정된 색이다. 이는 그동안 많은 실험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초록색을 보면 긴장이 완화되고 뇌파 중에서도 알파파가 활성화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줄어든다. 자율신경계에서 부교감신경을 높여 정서적으로 편안해진다. 실제 병실 창문 너머로 숲초록을 자주 본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회복력이 훨씬 빠르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나도 그렇다. 숲초록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히 비행기를 이용해 다른 지역을 다녀올 때 그 느낌이 더한다. 비행기가 제주 상공으로 접근할 때 드높은 한라산 능선 따라 펼쳐진 여름 초록색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는 어쩌면 제주에 오래 살면서 제주 숲초록 정보가 뇌에 저장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숲초록 느낌은 고향처럼 편안하다. 그래서 제주의 치유 색도 숲초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