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말리아 내전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해 난민으로 살아남은 복서 람라 알리(33)가 자신이 떠났던 길을 다시 되짚었다. 영국에서 국가대표 복서로 성장하고, 소말리아 최초 올림픽 복싱 대표가 된 그는 이제 UN아동기금(UNICEF) 친선대사로서 난민과 소녀들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CNN이 최근 전했다.
알리는 내전으로 오빠를 잃은 뒤 가족과 함께 소말리아를 떠났다. 케냐에서 약 1년간 난민 생활을 한 뒤 영국 런던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10대 시절 우연히 시작한 복싱은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는 CNN을 통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복싱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다”며 “몸이 변하고 건강해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시작한 복싱은 결국 국가 대표로 이어졌다. 영국 내셔널 타이틀을 따냈고 2019년 아프리카 존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그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소말리아 최초 올림픽 복싱 국가대표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알리는 지난 9월 UNICEF와 덴마크난민위원회(DRC)와 함께 케냐 나이로비와 다답 난민캠프를 찾았다. 그가 만난 이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포기하지 않은 소녀들, 교육 기회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교사들, 생계를 위해 폐기물 재활용 작업을 이어가는 난민 여성들이었다. 그는 “여기서 다른 삶을 꿈꾸는 이 소녀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내가 여기서 계속 자랐다면, 아마 나도 이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 여성 200여 명과 함께 플라스틱·종이를 분류하며 작업을 도왔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에게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자녀에게는 보육·비정규 교육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생각으로만 그리던 장면을 눈으로 보니 충격적이었다”며 “우리 엄마도 이럴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답 캠프 내 ‘필름에이드 케냐’에서는 난민 청소년들이 영화와 스토리텔링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알리는 이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학생들과 나눴고, 소녀들은 의사·간호사·심리치료사 등 다양한 꿈을 이야기했다. 한 15세 소녀는 “처음 카메라를 만졌을 때 무서웠지만 지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알리는 “단지 카메라 하나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고 했다.
알리는 2018년부터 UNICEF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난민과 소녀들의 교육, 여성의 권익 확대를 위한 현장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그는 또 여성들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람라 알리 시스터즈 클럽’을 설립했다. 학대 피해 여성, 여성 전용 공간을 원하는 무슬림 여성, 저소득층 여성 등 누구나 무료로 복싱과 피트니스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작은 수업 하나로 시작된 클럽은 현재 런던·뉴욕·플로리다 등으로 확장됐다. 그는 “링 위에서 이룬 성과보다, 링 밖에서 제가 만드는 변화가 더 기억되길 바란다”며 “타인을 위해 하는 일이 우리가 이 세상에 지불해야 할 ‘존재 임대료(The rent you pay on this Earth)’”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