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현장과 맞지 않는 정책…공사비 급등과 공기 연장 우려돼”
탄력근로제 확대, 건산법 개정안 통과 등 현실적 대안이 우선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이재명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자 건설업계가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최대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공사비, 인건비 증가와 공사 기간 연장 등 경영 악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현실적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주 4.5일제 도입에 대해 실제 건설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건설업은 외부 변수에 민감하고 리스크가 큰 수주 산업인데 이러한 산업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해당 제도를 도입하면 공사비 상승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 대부분의 건설 현장 작업이 야외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계획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야간작업, 주말 근무, 연장 근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 4.5일제가 도입되면 일정을 맞출 수 없어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인건비 또한 상승할 것으로 건설사들은 내다봤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주 4.5일제 도입과 건설산업의 대응 방안’ 보고서 역시 이 제도는 공사비 상승, 공정 지연, 안전·품질 관리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건산연이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업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70%가 ‘공사 기간에 변경되는 근로조건이 반영되지 않는 한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어 ‘계절·날씨 등의 변화 요인이 많은 현장 특성상 적용하기 곤란’(64.2%), ‘일급제가 적용되는 일용직 근로자가 많은 현장 여건상 적용 곤란’(40.0%) 순으로 집계됐다.
건설업계는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주 4.5일제를 도입하기보다는 △공사비 산정 정책 개선 △탄력근로제 확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통과 등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먼저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산연도 공사기간·비용 산정 정책, 근로시간 운영, 인력관리 제도, 사회적 대화·소통체계 고도화, 디지털 역량·생산성 혁신 등 총 5가지 개선·지원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실적인 정착 방안을 모색한 후 주 4.5일제 도입을 민간 협의체와 논의할 것을 주문한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은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가 이어지며 인건비가 상승하고 인력난이 심화하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주 4.5일제를 도입하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 중견기업을 절벽으로 미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