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프런티어: K를 넘어서

※ 구글 노트북LM으로 생성한 AI 오디오입니다.
흥행에 단 하나의 원칙은 없다. 오늘 성공한 문법으로 내일은 망하고, 어제 실패한 문법이 오늘은 통하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다. 21세기에도 ‘돼지머리 고사’를 지내는 것도 이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 콘텐트 시장은 바로 불안함(Risk)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웹소설과 웹툰이 떠오른다. 제작비 상승으로 과거보다 리스크가 훨씬 커진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IP인 웹소설ᆞ웹툰은 그 자체로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처럼 보인다. 틀린 말도 아니다. 웹소설 플랫폼에는 하루에도 수백 편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 중 독자들의 간택을 받아 웹툰이 되는 작품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다시 그 웹툰이 수많은 경쟁작을 뚫고 드라마나 영화가 될 가능성 역시 1%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한 편의 웹소설이 최종적으로 스크린에 걸릴 확률은 잘해야 0.01% 남짓이다. 이 과정에서 특수성은 보편성을 획득한다. 소수의 열혈 마니아만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우리가 공감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영화가 되고 드라마가 되는 작품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극강의 생존자’들이다. 웹툰ᆞ웹소설의 주 소비층이 10~30대에 집중괘 있더라도, 영상화로 선택되는 작품들은 이미 그 경계를 넘어설 잠재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은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2018년 웹소설로 시작해 2020년 웹툰으로, 그리고 2025년 영화로 이어지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이정표였다. 누적 조회수 8억 회를 훌쩍 넘겼고, 팬아트와 굿즈 등 2차 창작이 가장 활발한 작품 중 하나였다. 주인공의 생일에 팬들이 지하철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될 정도니, 국내 최강의 팬덤을 가진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가 없을 정도다.
그러했기에 영화 제작발표는 그 자체로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더구나 이민호, 안효섭, 채수빈, 나나, 그리고 블랙핑크 지수라니. 물론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이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긴 했다. 그러나 개봉 후 두 번의 주말이 지난 지금, 박스오피스 성적은 100만 명에 그쳤다. 단일 영화 규모로는 최고 수준인 제작비 300억원을 투입해 손익분기점이 600만 명이라는 걸 고려하면 최악의 상황이다.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