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요즘 노래가 왜 이렇게 짧아졌지?"
최근 K팝 노래 러닝타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분 30초 내외였던 곡들 길이가 이제는 2분 초반대까지 줄어드는 추세다.

음원 플랫폼 차트에 이름을 올린 사자보이즈의 '소다팝'은 2분 30초, 보이넥스트도어의 '오늘만 아이 러브 유'(오늘만 I LOVE YOU)는 2분 42초, 투어스의 '마음 따라 뛰는 건 멋지지 않아'는 2분 30초, 르세라핌의 'HOT'은 2분 23초다. 특히 캣츠아이의 '터치(TOUCH)'는 2분 9초로 매우 짧다.
이전에는 인트로, 벌스, 브릿지, 반복되는 후렴 등이 구성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인트로를 생략하거나 후렴을 처음부터 배치하는 식의 편곡이 주류가 됐다.
변화의 중심에는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숏폼 플랫폼이 있다. 또한 K팝의 주 소비층인 MZ세대는 길이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점도 작용한다. 숏폼 영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구간은 곡의 첫 번째 후렴이기 때문에, 인트로와 벌스를 간소화하거나 하나로 통합하고, 도입부부터 강한 임팩트를 주는 방식으로 곡이 나오고 있다. 즉, 전통적인 인트로-벌스(가사가 시작되는 첫 부분)–프리코러스(후렴으로 넘어가기 전 고조되는 구간)–코러스(후렴)의 구조는 점점 사라지고, 전체 곡이 마치 틱톡의 30초짜리 클립 하나처럼 압축적이고 임팩트 있게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숏폼에서의 반응이 실제 차트 성과로 직결되는 경우도 있다. 빌보드 차트를 강타했던 피프티피프티의 '큐피트(CUPID)'는 틱톡에서 챌린지로 유행한 뒤 글로벌 차트에서 역주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숏폼의 알고리즘을 타고 바이럴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아티스트들은 홍보를 위해 '챌린지'에 적합한 포인트 안무를 곡 분량에 맞춰 만들기도 한다. 컴백을 할 때마다 댄스 챌린지를 중심으로 한 홍보가 거의 필수 코스가 됐다.
일부 팬들은 "노래가 너무 짧아 아쉽다", "들을 만하면 끝난다", "옛날처럼 3분 넘는 시대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짧기 때문에 더 자주 듣고 기억에 남는다. 이는 특히 틱톡 챌린지나 쇼츠 콘텐츠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짧고 중독적인 구조는 필수가 되고 있다.
K팝만의 변화가 아니다. 해외의 팝송 역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핑크팬더리스와 아이스 스파이스의 '보이즈 어 라이어 파트2'(Boy's a Liar Pt. 2)는 단 2분 11초에 불과한다. 이 노래는 빌보드 핫100 상위권에 올랐고, 후렴 파트는 틱톡 밈으로 확산되며 글로벌 히트를 기록했다. 곡 전체가 숏폼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된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음악 데이터 분석 플랫폼 차트메트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포티파이 차트 진입 곡의 평균 길이는 약 3분으로, 2023년보다 약 15초, 2019년보다 30초가량 짧아졌다. 또 2024년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약 20%의 후보 곡이 3분 미만이었고, 2025년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오른 사브리나 카펜터의 '에스프레소(Espresso)'와 찰리 XCX의 '360'도 모두 2분대의 곡이었다.
K팝 유명 A작곡가는 뉴스핌을 통해 "요즘엔 후렴을 앞으로 당겨 쓰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틱톡같은 숏폼에서는 노래가 30초 정도로 짧게 노출되기 때문에, 그 안에 핵심을 들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지리스닝의 유행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편안한 멜로디가 3분 넘게 이어지면 오히려 지루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moonddo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