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오프라인 은행 점포 지난해 200개→2025년 177개 11.5% 감소
전문가 “점포 축소 불가피…우체국·농협 등 공적 역할·금융 교육 필요”

줄어드는 은행 점포로 인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 불편이 가중되면서 정부와 지역 사회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주시에 거주하는 A씨(70대)는 은행 업무를 볼 일이 생길 때마다 곤란함을 느끼고 있다. 평소 자주 이용하던 자택 근처의 은행 점포가 사라지면서 관련 업무를 보기 위해 옆 동네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면허도 반납한 상황이라 은행을 가려면 버스를 타거나 30분 이상 걸어가야 하는데, 직접 가기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며 “급한 일이 생기면 자녀들에게 물어보면서 인터넷 뱅킹을 직접 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은행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업무를 보던 때보다는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인터넷 뱅킹의 존재와 줄어드는 현금 수요 등으로 인해 여러 은행에서 점포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이 은행연합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도내에서 운영 중인 은행 점포 개수는 177개로, 전년(200개) 대비 11.5% 감소했다.
이에 은행 점포 감소가 금융 사각지대와 지역 경제 악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지난 202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인층의 70% 이상이 방문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전북특별자치도 등 고령화 비율이 높은 지역마저 은행 점포가 축소되고 있다”며 “이러한 점포 축소는 단순히 금융 사각지대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악화, 인구 감소, 점포 폐쇄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은행의 경쟁력 확보 등 측면을 고려할 때 점포 감소 추세를 막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박진 KDI 정책대학원 교수는 “은행 점포 수 감소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이제는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전제조건”이라며 “은행들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이러한 변화를 더욱 촉진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최남진 원광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역시 “은행들이 유지 비용 문제 등으로 인해 점포를 유지하기 어려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 원리에 따른 은행 감소 추세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역 조합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진 교수는 “중앙 정부보다는 지방 정부가 주민 서비스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것이 적절하다”며 “지역 주민, 특히 고령층에 대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고, 이를 교육하고 보조해줄 인원을 확보하는 것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남진 교수도 “이제는 사기업 은행을 대신해 정부가 운영하는 우체국 등 기관과 지역단위 협동조합이 은행 창구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현재 이뤄지는 사회복지 사업들과 연계해 금융 교육 및 보조가 이뤄진다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영찬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 앱 사용 강좌 확대와 함께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야 하며, 이를 유인하기 위해 금융포용 기여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보상도 필요하다”며 “또한 민관이 협력해 소비자 중심의 이동식 대면 금융 서비스를 현실화하는 등 근본적 문제 해결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