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는 내 집 마련을 위해 목돈을 만들고, 노후를 위한 자산의 토대를 만드는 시기다. 2030 고소득층은 공격적 투자로 자산을 불리는 반면, 저소득층은 예ㆍ적금 위주의 안전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이는 2030의 자산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이들이 중년층이 되면 자산 양극화가 더 심해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연 소득 약 9300만원 이상)의 고소득 청년가구와 소득 하위 40%(약 3900만원 이하)의 자산 규모가 2019년 약 3.7배에서 지난해 4.7배로 더 벌어진 걸로 나타났다.
자산 격차가 더 커진 배경으로는 우선 ‘돈 불리기’ 방식이 꼽힌다. 고소득층에선 예·적금 비율이 2019년 49.2%에서 지난해 48.7%로 꺾인 반면, 저소득층에선 같은 기간 48.3%에서 61.9%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에서는 주식ㆍ채권ㆍ펀드 투자 비율은 15.6%에서 28.6%로, 저소득층은 7.1%에서 16.6%로 늘었다.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에서 주식ㆍ펀드ㆍ채권을 보유한 가구 비중이 거의 2배 증가했는데, 주로 고소득층이 중심이 되고 있는 걸로 보인다”며 “청년기에 형성되는 금융자산 규모와 운용방식의 격차는 향후 더 심각한 자산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상승세도 2030 세대의 자산 격차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조사에선 20대 고소득층의 경우 금융부채가 1% 증가할 때 부동산은 0.346% 늘었다. 저소득층은 0.169% 느는 데 그쳤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고소득층이 비싼 집이나 더 많은 부동산을 샀기 때문에 자산 가치가 더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소득 축적 기간이 짧은 2030의 자산 격차가 5년새 더 벌어진 것은 부모 등으로부터 부동산 등을 물려받는 ‘부모 찬스’ 때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최근에 ‘부모 찬스’는 금융자산에도 적용된다.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에선 가상자산 투자자 5명 중 1명(22%)은 자녀를 위해 코인 투자를 고려한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살면 주거비ㆍ생활비 부담이 줄고, 부모가 투자에 밝으면 자식에게 정보를 주는 경우도 많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청년은 결국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 등을 동원한다. 하지만 금융자산을 불리고 싶어도 정보의 부족을 호소한다. 직장생활 4년차박모(29)씨는 “월급의 반을 가급적 저축하고 있는데, 주식이나 코인은 운용을 잘 못할 거 같아서 적금에만 넣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동기로 ‘호기심’을 꼽은 비율은 20대 51%, 30대 48%로 절반에 달한다. 유행을 좇은 ‘포모(FOMO)나 단순 호기심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면 투자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새 정부에선 2030세대의 자산 격차를 줄이고, 계층 이동 사다리를 마련하기 위해 ‘청년미래적금’ 신설 공약을 내놨다. 만기시점에 정부가 일정 비율을 매칭 지원하는 형태다. 예·적금 중심의 안전한 투자를 하는 저소득층 청년들을 위한 공약이다.
임나연 위원은 “저소득 청년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 운용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맞춤형 금융상품을 다양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동환 위원은 “청년 시기는 자산을 불려야 하는 시기이기에 (집 구매 지원보다는) 전·월세 지원 대책이 저소득 청년에게는 특히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