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장동 민간업자 5인은 지난달 31일 모두 업무상 배임 유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다만 추징액에서는 검찰 측이 요청한 액수(총 7814억원)와 재판부가 추징을 명령한 액수(총 473억 3200만원)에 큰 차이가 났다. 왜일까?
法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인정 여지 있으나 공소시효 도과”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이 추징 구형의 근거로 삼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건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돈을 벌었는가다. 재판부는 “대장동 사업방식, 사업일정 등은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이 비밀누설을 통해 재산상의 이득을 얻은 점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부분은 사업 시행일로부터 공소시효 7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소가 이뤄졌다고 봤다. 법원은 “이해충돌방지법은 ‘계속범’이 아닌 ‘즉시범’에 해당하고, 범행 성립 시점은 법정 안정성을 헤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행 시점을 민간업자들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된 2015년 8월 19일로 보고, 이로부터 7년 5개월 뒤 기소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면소(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함) 판결했다.
당초 검찰이 이해충돌방지법 법리를 적용한 건 범죄수익을 최대한 많이 환수하기 위해서였다. 이해충돌방지법 27조는 해당 죄로 인해 취득한 이득은 “몰수한다”“추징한다”고 규정하며 죄가 인정되면 반드시 그 이익은 환수하도록 강제한다. 반면 횡령·배임죄로 인한 피해재산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추징·몰수가 가능하다. 국가가 재산을 몰수하면 피해자가 민사소송 등을 통해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의 피해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다.

대신 재판부는 특례법을 적용해 피고인 5인에게 총 473억여원의 추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초 이 사건 추징 구형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따라 이뤄졌다”면서도 “배임은 부패범죄이고, 부패범죄로 취득한 이익의 경우에는 부패재산몰수법으로 추징이 가능하다. 이익을 박탈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커 추징판결을 통해 (국가가) 받고 나중에 공사에게 신속 반환 조치하는 게 합당하다”며 추징을 선고했다. 부패재산몰수법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몰수·추징이 이뤄져 온 형법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특례법이다.
재판부가 추징을 선고한 473억 3200만원은 공소사실상으로는 ‘뇌물액’이다.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대가로 받은 뇌물 8억 1000만원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받은 5억원, 김씨가 나중에 유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약속한 428억원 등이다. 정민용 변호사가 남욱 변호사로부터 받은 37억 2200만원도 있다. 재판부는 이들이 주고받은 돈은 범죄수익을 분배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뇌물죄를 따로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이 금액은 업무상 배임에 따른 추징의 근거가 됐다.
징역형은 중형이지만…4000억 범죄수익은 어디에

앞서 검찰이 계산한 공사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손해액은 4895억원이었다. 재판부는 이들의 배임행위로 인해 공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하면서도, 실제 손해액이 얼마인지는 확실하게 산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예상 개발이익을 4000억~5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이익이 1822억의 2배를 초과하리라는 점은 확실하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의 이익을 얻게 될지는 정확히 산정이 불가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손해액은 법정형 상한의 변동을 가져오므로 엄밀한 증명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이 아닌 업무상배임을 적용했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민간업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1심 판결대로라면 검찰이 추징을 요청한 7000억원대의 총이익금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환수가 이뤄지게 됐다. 앞서 검찰은 기소 전 추징보전을 통해 천화동인·화천대유 등 대장동 일당의 부동산·채권·계좌 등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해 총 2070억원을 동결한 바 있다.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변호인을 통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을 포함해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