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2시 퇴근, 아침 8시 전 출근 다반사”
‘노동시간 단축’ 국정과제 삼았지만 갈 길 멀어
“특별연장근로 남용 막고, 심야노동 일부 제한
EU처럼 ‘휴식제’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야근을 너무 많이 해서 추가근무 수당 등을 포함하니 월급 앞자리가 두자리나 오른 적도 있었어요. 새벽 1~2시에 퇴근하고 아침 8시 전에 출근하는 일이 다반사였죠. 하루에 3~4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어요”
30대 A씨는 잘 나가는 대기업 직장인이었지만, 이같은 과로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초 이직을 선택했다. A씨가 다녔던 회사의 다른 부서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B씨는 요즘 주 80시간 정도 일하고 있다고 했다. PC오프제로 인해 초과근무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유명 베이커리 카페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했던 20대 청년의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국사회의 과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직장인들이 여전히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이재명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내 한 엔터 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C씨는 “나도 최근에 주 80시간을 찍었다”며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을 줄이거나 밤을 새서라도 무조건 당일에 끝내라고 하는데, 정말 건강이 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밤 10시를 넘긴 야근은 일상이고 주말에도 자주 출근해 일을 하고 있지만, 대체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기업의 공사현장에서 일한 건설노동자 D씨는 7월 한달간 오전 4시40분까지 출근해 오후 9시30분에 일을 마쳤다. 오후 1시부터 4시45분까지 휴식시간을 제외해도 하루에 13시간가량 일한 것이다. 밤 늦게 퇴근해 다음날 오전 출근을 위해선 새벽 3시30분에는 잠을 깨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다른 나라와 비교해 노동 시간이 길다. 2024년 기준 연간 1859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08시간보다 151시간을 더 일했다. 2018년부터 주 최대 근무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됐지만, 지켜지지 않는 현장이 여전히 많다.
이재명 정부는 연간 실노동시간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 4.5일제 도입도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다. 정부는 현재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개인의 건강과 워라밸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과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주 최대 근무시간을 유럽연합(EU) 기준인 48시간으로 낮춰야 한다”며 “런베뮤처럼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그 사업장에 한해 특별 감독을 하는 게 아니라 장시간 일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정부가 전반적인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 구속력을 높이려면 정책에 과태료 등 벌칙 조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제는 정부가 장시간 노동 해소를 위한 종합 계획을 발표할 때가 됐고, 최저임금위원회처럼 노사정이 참여하는 국가 노동시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특별연장근로가 남용되는 걸 막고, 심야노동·비사회적 노동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며 “EU 같은 경우 1일 11시간 연속 휴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제도를 통해 수면시간과 자기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지나친 연장근로는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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