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이 과로사 불러" 이 말 오류…80%는 야간만 일했다 [과로 내몰리는 사회]

2025-11-11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오전 0시∼5시 택배 배송을 제한하자’고 제안한 배경에는 ‘야간 배송업무 때문에 택배기사 과로사가 많다’는 주장이 깔려있다. 택배기사가 주∙야간 모두 일하며 무리를 하고, 그 결과 과로사가 많다는 논리인데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이와 차이가 있다.

11일 한국교통연구원의 생활물류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야간 택배업 종사자의 약 80%는 야간 업무만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택배업 종사자 8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다. 한 대형 택배업체 기사는 “야간에 8~9시간 일을 하면 체력의 한계로 낮에 다른 일을 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야간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 택배업 종사자의 45.5%는 야간에 일하는 이유로 ‘주간보다 소득이 높아서’를 꼽았다. 실제로 최근 쿠팡 배송기사 노동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송 건당 수수료 중위값(아파트 기준)은 주간 655원, 야간 850원으로 차이가 컸다. 벌이 외에 ‘타인과의 접촉 최소화(23.9%)’,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어서(22.4%)’ 등이 뒤를 이었다. 야간 근로를 원하는 이유가 있는데 기계적으로 규제하는 건 근로 선택권을 지나치게 훼손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계상 택배업에서 유독 과로사가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현황분석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산재 사망자는 2016명으로 업무상 사고가 812명, 업무상 질병이 1204명이다. 통상 산재의 ‘업무상 질병 사망’ 중 과로사는 뇌∙심혈관질환 사망자를 뜻한다. 2023년 뇌∙심혈관질환 사망자는 364명으로 직종별로는 제조업(88명), 시설관리업(75명),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47명), 육상운수업(41명), 건설업(39명) 순이다.

택배업은 육상운수업에 속하는데 버스∙택시∙화물차∙퀵서비스 등과 함께 묶인다. 육상운수업 전체로 봐도 과로사 사망자는 전체 산재 사망자의 2% 수준이고, 이 중에서 버스·화물차 등을 제외하면 택배업 과로사 사망자는 전체 산재 사망자의 1% 정도로 추정된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과로사 예방이 이유라면서 과로사가 더 많은 제조업∙시설관리업(경비업)에 대한 언급 없이 새벽 배송만 꼭 집어 금지하자는 건 타당한 주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 전체의 질적 개선, 즉 야간 주5일제 도입이나 근로시간 제한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비자발적 과로’에 내몰리는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뇌∙심혈관계 질병 사망 산재 승인자는 175명으로 이 중 60%인 103명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발생했다. 유성규 성공회대 겸임교수(노무사)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인력도 부족하고 휴게시간도 잘 보장되지 않아 과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며 "여전히 수당만 주면 된다는 인식도 있는 만큼 근로시간 준수 우수기업 인증 등 인센티브로 사업주의 인식 변화 유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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