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우리금융 잡아라…외부감사 수주전 '불꽃'

2025-10-29

현대자동차·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외부감사인 선임을 앞두고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다시 맞붙었다. 최근 회계 업계 성장이 둔화되면서 감사 기업을 늘려두려는 수요가 커진 데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지속 시행 여부 등이 맞물리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회계 업계에 따르면 올해 외부감사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차는 이달 말 외부감사인 선임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하고 다음 달 초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감사 보수가 44억 8000만 원으로 삼성전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 단일 기업으로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지정 감사인이었던 한영을 제외한 삼일·삼정·안진 모두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상장사들은 2019년부터 시행된 지정감사제에 따라 3년 동안 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이후 6년 동안 자유롭게 선임할 수 있다. 감사인 지정이 끝나고 자유 선임을 할 때마다 일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발생하는 구조다. 자유 선임 기간은 6년이지만 감사인 독립성 제고 등을 이유로 3년마다 외부감사인을 교체하는 사례도 생겨나면서 매번 수주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이외에도 삼성중공업·금호석유화학·롯데케미칼·GS건설 등 자산 규모가 큰 대기업들이 외부감사인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SK㈜·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 등 SK그룹도 경쟁 대상이다. 2023년 감사인 지정이 끝나면서 삼정을 자유 선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외부감사인 교체 여부를 내부 검토 중이다. 다만 현재 감사를 맡고 있는 삼정에 문제가 없는 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대차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이 우리금융지주다. 금융그룹은 여러 자회사를 포함하는 만큼 연간 보수가 100억~150억 원 수준으로 많아 회계법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감사 대상으로 꼽힌다. 자유수임 최장 기간 6년을 모두 채울 경우 매출 10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삼정이 맡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는 삼정·안진의 2파전이라는 분석이다. KB·신한 등 대형 금융지주사 두 곳을 확보한 삼일이 한 곳 더 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그룹 감사는 통상 100명에 가까운 감사 인력이 필요하다.

삼정 입장에서는 신한금융지주를 삼일에 뺏긴 데다 우리금융지주마저 잡지 못할 경우 유일하게 금융그룹 일감을 갖지 못해 수주에 가장 적극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한영이 지난해 말 수임해 올해부터 외부감사를 진행 중이고, 농협금융지주는 안진에서 바꿀 시기가 아니다.

회계법인마다 결산 시기가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수주 경쟁이 심화하면서 감사 보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삼정은 2024 회계연도 기준 회계감사 보수가 259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 줄었다. 안진(1237억 원)도 회계감사 보수가 전년보다 5.7% 감소했고 한영(1620억 원) 역시 0.7% 증가에 그쳤다. 삼일만 올해 4008억 원으로 전년보다 6.2% 늘었다.

회계감사 담당 인력도 회계법인마다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삼일은 지난해 2353명에서 올해 2454명, 삼정은 2091명에서 2180명으로 증가한 반면 한영은 1311명에서 1243명, 안진은 1183명에서 1142명 등으로 줄었다. 회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계 업계 성장세가 멈추면서 감사 고객을 확보해두려는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당국이 2027년 이후 주기적 지정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면서 회계법인들의 셈도 복잡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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