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한 하드에 애타는 '낸드'…삼성·SK하이닉스, 원가절감 특명

2025-06-03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가 구형 데이터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HDD)의 가격 경쟁력을 10년이 지나도 넘지 못하면서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의 선택에서 밀려나고 있다. 최첨단을 달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도 하드디스크의 지배력이 낸드를 압도할 정도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낸드 제품의 가격경쟁력 확보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양대가 최근 주최한 ‘플라즈마 RF 워크숍’에서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 장치인 SSD가격이 HDD 가격보다 훨씬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3D 낸드플래시를 처음 양산한 2013년 SSD 가격은 테라바이트(TB)당 625달러였는데 HDD 가격은 36달러로 17배나 차이가 났다. 10년이 지난 2023년 기준 SSD의 가격은 TB당 35달러로 크게 저렴해졌지만 여전히 HDD(TB당 13달러)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쌌다. 정진욱 한양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실물 시장에선 낸드가 하드보다 7배 정도 비싸게 거래되고 있어 가격 격차가 그닥 좁혀지지 않았다"고 평했다.

SSD와 하드디스크는 IT 기기에 정보를 반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장치로 공통점이 있다. SSD는 낸드플래시 칩을 여러 개 결합해 만든 제품이고, HDD는 플래터라는 자기 디스크를 여러 장 겹쳐 제조한다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SSD는 HDD보다 면적을 덜 차지하고 데이터 이동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낸드 기반의 SSD 가격이 현저히 비싸자 성장세 역시 둔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SD의 가격경쟁력이 하드를 앞지르려면 2029년 이후는 돼야 할 것으로 분석한다. SK하이닉스의 한 고위관계자는 "낸드를 처음 개발한 2010년대 초반만 해도 SSD가 구형 HDD를 금방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면서 "하지만 낸드 값이 지금보다 절반 이상 떨어져야 하드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 최대 HDD 업체인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1분기 씨게이트 매출은 21억 6000만 달러(3조 618억 원)로 작년 동기 대비 31%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23.5%에 달했다.

특히 빠른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AI 서버 시장에서도 하드의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씨게이트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초대형 데이터센터에서 HDD는 90% 가까운 정보(비트)를 저장하고 있다"며 "구글은 빠른 데이터 접근을 위해 SSD를 활용하지만 대용량 정보 저장에서는 확장성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 HDD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다. 올 1분기 고대역폭메모리(HBM)로 깜짝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제외한 자체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체된 시장 분위기에 두 회사들은 급격하게 낸드 층수를 늘리기 보다 비용 절감과 공정 감소를 통한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삼성과 SK는 중국 업체들의 낸드플래시 저가 공세에도 직면해 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낸드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성능과 관계 없이 자국 회사인 YMTC의 낸드로 만든 SSD를 쓰자는 분위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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