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재·부품·장비 업계가 로봇·차세대 반도체 등 신(新)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본업이 탄탄한 반도체 장비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인 로봇에 도전하는 한편 본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2차전지·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반도체 시장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업체 제우스(079370)는 산업용 로봇으로 사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반도체 세정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이 회사는 최근 국내 대기업 고객사에 공장 자동화를 위한 로봇 시스템을 수주했다. 고객사의 다양한 공정 환경에 최적화된 자동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금형 이송, 제품 검사 등 직원들이 반복적으로 하던 작업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장비 회사인 고영(098460)테크놀러지는 뇌수술용 의료 로봇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이 로봇은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았으며 뇌전증, 파킨슨병, 뇌종양 등 다양한 뇌질환 수술에 활용할 수 있다. 일본 식약청(PMDA)에도 지난 1월 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2011년부터 수술용 로봇 개발을 시작한 고영테크놀러지는 현지 영업망 확보를 통해 해외에서 로봇 판매 실적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부진에 빠진 2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분야 소부장 업계는 인공지능(AI) 산업 수혜를 입은 반도체 관련 제품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인 AP시스템(265520)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 중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에서 26년간 반도체 생산기술과 설비개발을 맡아온 유호선 전 삼성전기 설비개발연구소장대표를 올 3월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AP시스템의 지난해 매출은 51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 감소한 만큼 반도체 사업 비중을 늘려 디스플레이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겠다는 방침이다.
2차전지 장비 업체 에스에프에이(056190)(SFA)는 첨단 반도체 계측검사 장비를 개발해 올 초 국내 반도체 대기업에 공급하는 실적을 거뒀다. 이 장비는 해당 장비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이나 유리기판 등 패키징 공정 중 불량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적자 전환한 에스에프에이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2030년까지 영업이익률 12%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소부장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디스플레이 소부장 업계는 당장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시장 수요가 확실한 반도체에 승부수를 거는 모습”이라며 “반대로 반도체 소부장 업계는 로봇 사업을 통해 해외 진출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