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골든타임 끝나간다, K-OTT 통합 결단을

2025-05-15

구글·애플은 국내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앱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수익의 약 30%는 이들 플랫폼 몫이다.

K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세계가 콘텐츠에 주목하는 사이 유통 구조는 넷플릭스 독점화가 고착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티빙과 웨이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분산된 경쟁 구도로는 콘텐츠 확보도, 유통 주도권도 글로벌 플랫폼에 밀릴 수밖에 없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 논의는 반복됐지만 주주 간 입장차와 손익 셈법에 가로막혀왔다. 티빙 입장에선 단기적 이득이 불분명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이 결정은 기업 차원을 넘어 콘텐츠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CJ ENM이 나선 것은 산업 전체에는 고마운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규모의 경제 없이 자생력을 갖추긴 어렵다. 국내 생태계를 먼저 안정시키는 것이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만드는 길이다. 통합 K-OTT는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효율을 높이고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상력을 회복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플랫폼 독점이 굳어지면 K콘텐츠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구조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산·학계는 통합 K-OTT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대응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도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호 공약으로 K콘텐츠 제작 지원, OTT 플랫폼 육성, 문화 수출 50조원 달성 등을 내걸며 콘텐츠 산업을 확실한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산업과 정책이 같은 방향을 보기 시작한 지금이 구조 전환의 마지막 기회다.

통합 K-OTT는 기업 간 거래 차원을 넘어 K콘텐츠 생태계 전체의 생존 전략이다. 이제는 잘 만드는 것만큼 잘 보내는 구조가 필요하다. 구글·애플이 앱 생태계를 장악했듯 유통의 과점 구조는 콘텐츠의 흐름과 가치를 좌우하게 된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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