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시즌 신인왕은 사실상 ‘중고 신인’ 안현민(22·KT)의 독주 체제로 굳어가는 모양새다. 아쉽게도 순수 신인들에게는 생애 단 한 번이라는 신인왕의 기회가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더 큰 동기부여가 있다. 바로 데뷔 첫 해부터 가을야구의 경험을 쌓는 것이다. 5강권 내에 있는 팀들 중에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바라보며 활약하는 신인 투수들이 있다.
선두 LG는 고졸 루키 김영우가 필승조로 활약 중이다. 서울고를 졸업한 뒤 202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0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김영우는 1일 현재 54경기에서 49.2이닝 12실점(11자책) 평균자책 1.99를 기록 중이다. 웬만한 선배들도 기록하기 힘들다는 1점대 평균자책에 돌입했다.
김영우는 LG가 공들여 만든 젊은 필승조다. 전반기에는 38경기에서 34.1이닝 11실점(10자책) 평균자책 2.62를 기록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1군에서 필승조로 자리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LG는 차근차근 김영우가 1군에 연착륙하기를 바랐고 김영우도 슬라이더를 연마했다. 그리고 후반기부터는 완전히 안정감을 찾았다. 후반기 16경기에서 15.1이닝 동안 단 한 점만 내주고 평균자책은 0.59를 기록 중이다. LG의 후반기 평균자책 1위(3.06)에 기여했다.
2위 한화에 5.5경기로 앞서 있는 LG는 9월 한 달 동안 1위 굳히기에 들어간다. LG가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으면 김영우는 데뷔 첫 해부터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하게 된다.

한화 정우주는 지난달 28일 고척 키움전에서 진귀한 기록을 세웠다. 7회 공 9개로 삼진 3개를 잡아내며 이닝을 종료했다. 1982년 출범한 KBO리그에서 역대 11번째로 나온 기록이자 신인 투수로는 지난해 김택연(두산)에 이어 두번째로 역사에 이름을 썼다.
정우주의 진기록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전주고 재학 시절부터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을 받은 정우주는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진입한 뒤 첫 해부터 풀타임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6월에 한 차례 재정비를 위해 한 달 정도 자리를 비운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1군에서 경험을 쌓았다. 재정비를 마친 뒤에는 1군 선배들 못지 않은 피칭을 선보이게 됐다.
정우주는 최근 한화 불펜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구를 선보이는 투수다. 8월 11경기에서 10.2이닝 동안 2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2위 한화는 현실적으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목표로 해야하는 상황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가 위해서는 정우주의 패기있는 투구가 필요하다.
김영우와 정우주가 1군에서 다소 적응기를 거쳤다면 삼성 배찬승은 바로 실전에 투입돼 자리를 잡았다.
삼성은 김무신(개명 전 김윤수), 이재희 등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이 차례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데다 불펜에 왼손 투수도 부족했기 때문에 배찬승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배찬승은 1군에서 부딪혀가며 8월까지 56경기에서 경험을 쌓았다. 김영우(54경기) 정우주(44경기)보다 출장 경기 수가 많다. 기복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제 몫을 해냈다. 한 경기 최다 실점이 3실점 이상을 기록한 건 56경기 중 단 한 차례 밖에 없을 정도다. 지난달 27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직구 최고 158㎞을 찍으며 지치지 않는 체력을 자랑했다.
배찬승도 데뷔 첫 해부터 가을야구 무대를 꿈꾼다. 삼성은 지난달 29일부터 5강권에 진입해 더 높은 순위를 노리는 상황이다. 배찬승도 시즌 막바지 마운드를 잘 지켜야 더 높은 곳에서 가을야구를 맞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