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넷 ‘프로듀스X101’ 출신으로 그룹 위아이의 멤버이기도 한 배우 김요한은 ‘운동선수 역할 전문 배우’의 경력을 쌓고 있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2021년 KBS2 드라마 ‘학교 2021’에서 공기준은 부상으로 태권도를 그만둔 실업계 학교 학생이었다. 그의 다음 작품 유재영 감독의 영화 ‘메이드 인 이태원’에서 복싱 유망주 역을 연기한다.
그는 실제 태권도 유망주였다. 13년 동안 선수로 뛰었고 국가대표 상비군이었을 정도로 유망했다. 고교 시절 아킬레스건 부상의 여파로 결국 운동을 그만뒀지만, 몸을 쓰는 일이 자신 있다. ‘운동선수 출신’이었고 ‘운동선수 역할’도 많이 한 그는 이번 SBS ‘트라이:우리는 기적이 된다’(이하 트라이)에서는 럭비선수가 됐다.
“극 중 성준(김요한)이가 3학년인데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어요. 대학진학 기회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제가 실제 2학년 때 수술을 해서 3학년 시즌을 날렸거든요. 학생선수들은 3학년 때 성적이 전부인데, 그 이유로 성준이를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절박한 심정을 알거든요.”

태권도와 럭비는 또 달랐다. 그는 ‘트라이’에서 한양체고 럭비부 주장이자 날쌘 포지션인 ‘윙’을 소화했다. 3개월을 매주 럭비 코치와 만나 기초 체력부터 연습했다. 그리고 촬영은 7개월이었기에 그는 거의 1년을 럭비와 함께 살았다. 럭비 선수는 덩치가 있어야 해서 71㎏이던 몸무게를 78㎏까지 찌웠지만, 촬영이 힘들어 계속 살이 빠졌다.
“운동은 했지만, 개인종목이라 팀 종목을 처음 해봤어요. 럭비는 규칙상 공을 앞으로 보내지 못하거든요. 팀원의 도움이 없으면 점수를 낼 수 없어요. 촬영 전부터 주가람 감독님 역 윤계상 선배님을 비롯해 팀원들과 단합도 하고, 술도 한잔하면서 끈끈해졌어요. 친하니까 연기에서도 에너지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와 대립하기도 하고, 멘토 역할을 하는 주가람 역 윤계상은 그야말로 촬영현장에서 그의 ‘스승’이었다. 비록 성격상 진지하게 조언을 못 하고 장난도 많이 치지만, 배우들의 감정을 충분히 끌어내기 위한 기다림에 망설임이 없는 모습에서는 많은 것을 배웠다. 실제 그의 태권도 코치였던 아버지와는 조금 달랐다.

“저희 아버지는 굳이 비교하자면 손흥민 선수의 아버님이신 손웅정 감독님 같으세요. 1등을 해도 경기 내용이 좋지 않으면, 칭찬해주시지 않았거든요. 이겨도 혼이 났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그 덕분에 제가 삐뚤어지지 않았습니다. 항상 경기장에 와주셨고,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기댈 수 있었던 정신적 지주셨죠.”
‘프로듀스X101’ 출신으로 이후 X1으로 데뷔했지만,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논란과 연출자들의 법적처리가 이어지면서 그의 첫 데뷔는 무산됐다. 이후 위아이로 일어섰고, ‘학교 2021’으로 주연배우로 일어섰지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코로나19 등 여러가지 이유로 준비 중이던 작품이 무산됐고, 2022년에는 허리 통증으로 활동을 멈춰야 했다.
“4년 동안 쉬지 않고 연기는 했지만 계속 잘 안 되던 시간의 연속이었어요. 계속 세 작품 정도 그렇게 되니, 당시에는 너무 땅바닥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겨내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가족들, 팬분들의 응원도 있었지만 그냥 버텼던 것 같아요. 집에서는 대본 만 읽고 몇 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만났던 ‘트라이’였기에 제게는 소중할 수밖에 없어요.”

모든 길은 내리막이 있다면 다시 오르막이 있듯, ‘트라이’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 김요한의 앞에는 앞서 밝힌 영화 ‘메이드 인 이태원’을 비롯해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제4차 사랑혁명’이 이어졌다. 오히려 작품이 줄줄이 이어지는 요즘이다. 영광 못지않게 시련도 있었던 20대 초반이었지만, 김요한은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럭비의 윙처럼 앞으로 달려 나갈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의 마력을 알았던 시간이었어요. ‘트라이’가 제게는 정말 터닝 포인트의 느낌입니다. 운동선수로서, 운동선수 역할을 많이 했던 부분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의 이미지가 작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할 생각입니다. 오히려 지금은 펜싱 선수 역할이 멋있어서 해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는 위아이로서 곧 컴백도 앞두고 있다. X1은 활동은 멈췄지만 최근 데뷔 6주년을 멤버들과 함께 자축했다. 극 중 우승도 하고, 대학도 가는 성준의 결말처럼 모든 청춘은 장마철 하늘처럼 어떤 때는 잔뜩 먹구름이 끼고, 세찬 비도 오지만 마지막에는 햇살이 얼굴을 드러내는 순리의 연속이다. 10년 후, 15년 후 지금의 자신처럼 기댈 곳이 필요한 이가 있다면 기꺼이 어깨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다시 출발선에 선 김요한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