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맞춤 제작’된 10대 돌풍이 매섭다. 아스널의 맥스 다우먼(15)와 리버풀의 리오 은구모하(17)가 그 주인공이다.
은구모하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2-2로 맞서던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렸다. 그의 17번째 생일을 불과 며칠 남긴 때였다. 16세 소년이 EPL에서 결승골을 넣은 건 웨인 루니 이후 그가 두 번째였다.
다우먼은 지난 23일 리즈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팀의 5-0 대승에 힘을 보태며 아스널 팬들을 열광시켰다. 만 15세 235일에 치른 EPL 데뷔전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고교 1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드리블에 능란한 다우먼은 페널티박스 안에서도 과감한 움직임으로 프리시즌 매치에서도 유사한 장면을 연출했다.

영국 매체 더 타임스는 “과거에도 재능있는 어린 선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전술 이해도가 높고, 신체적으로 탁월하며, 정신적으로 안정된 선수가 ‘설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리미어리그는 2012년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EPPP(엘리트 플레이어 퍼포먼스 플랜) 시스템을 도입했다.
5세 전후의 '프리 아카데미' 단계부터 재능있는 ‘슛돌이’를 발굴하고, 8세 이하부터 본격적인 선별 작업을 벌여 9세부터 정식 아카데미에 등록한다. 이때부터는 심리학자, 분석가, 영양사가 따라붙는다. 훈련장 옆에는 이들을 위한 학교까지 만들었다. 12세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합숙하며 축구에 좀 더 몰입할 수도 있다. 첼시는 연간 무려 1250만 파운드(약 235억원)를 여기에 쏟아붓는다. 이는 리그1(3부리그)의 1년 예산에 육박한다.
두 선수 모두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보석’으로 다듬어졌다. 은구모하는 4세 때부터 EPL 구단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8세 때는 여러 EPL 유소년 아카데미의 초청을 받아 매주 닷새 정도 축구를 몸에 익혔다. 첼시의 시스템을 선택한 은구모하는 리버풀로 팀을 옮겨 성인 무대에 도전했다. 다우먼은 아버지가 잉글랜드 7부리그에 해당하는 빌러리케이의 공동 구단주이자 감독이었다. 덕분에 빌러리케이와 아스널 유스팀을 오가며 성장했다.
아스널은 미성년자인 다우먼을 위해 성인 선수와 분리된 라커룸을 제공한다. 또 버스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 보디가드를 배치한다. 너무 일찍 성인들의 세계에 발을 디딘 소년을 지키는 ‘형님’역할이다. 10대에 데뷔해 26세에 은퇴한 이지 브라운 등 일찍 피고 일찍 저문 ‘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PL의 10대 돌풍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맨유 아카데미의 제이제이 가브리엘(14), 최근 셰필드 유나이티드에서 맨체스터시티로 이적한 케이런카다마테리(15) 등 곳곳에서 어린 유망주가 쑥쑥 자라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라민야말은 18세에 불과하지만 벌써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