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0%룰' 묶여있을 때…엔비디아 CVC는 AI·양자컴에 투자[생산적금융 대전환]

2025-11-10

올해 3분기 엔비디아 산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엔벤처스는 총 15건의 투자를 마무리했다. 9월 프랑스의 대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으로 꼽히는 미스트랄AI에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미스트랄AI가 받은 외부에서 받은 총투자금만 17억 유로(약 2조 8000억 원)다. 엔벤처스는 양자컴퓨팅 업체 프사이퀀텀과 로봇 스타트업 필드AI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미국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 산하의 CVC인 코인베이스벤처스도 올해 3분기에만 22건의 투자를 완료했다. 미쓰비시UFJ캐피털(16건), SMBC벤처캐피털(15건)을 비롯한 일본 금융사 계열 CVC도 10건이 넘는 투자를 집행했다.

해외와 달리 한국 CVC들은 스타트업 투자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일 서울경제신문이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 플랫폼인 더브이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한국 대·중견기업이 직접 투자와 CVC를 통해 집행한 국내 중소기업·스타트업 투자액은 1조 997억 원이었다.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이 허용됐던 2021년 2조 6851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9%나 하락했다. 투자 문호는 넓어졌는데 거꾸로 투자액은 줄었다.

CVC의 투자 건수도 2021년 773건에서 2022년 724건을 거쳐 2023년 465건, 지난해는 406건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투자 업계의 관계자는 “2021년 이후 금리 상승과 벤처기업 고평가 논란으로 투자액이 감소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중견기업의 스타트업 투자가 부진한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CVC의 투자 규모도 외국에 비해 작다. 시장조사 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CVC들의 건당 평균 투자액은 3570만 달러(약 520억 원) 수준이다. 반면 더브이씨 자료상 한국 CVC의 건당 투자액은 같은 기간 약 31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규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 CVC의 총출자액 중 최대 40%까지만 외부 자금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입 규모는 자기자본의 2배로 제한된다. 해외 투자 비중도 총자산의 20%까지만 가능하다. 반면 미국은 은행·금융그룹에 대해 사모펀드 운용을 제한하지만 산업 자본을 겨냥해 출자·차입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일본 역시 금산분리 규제가 없다.

금융계에서는 국내 금산분리 규제가 강한 이유로 반기업 정서와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꼽는다. 금산분리의 경우 1982년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8%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시작으로 1994년 한도가 4%로 강화됐다.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제정되면서 이 같은 ‘은산분리’ 기조가 굳어졌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벤처 투자를 일반 금산분리와 같은 틀로 보면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CVC나 벤처 펀드는 투자를 위한 일종의 도관에 불과하다”며 “산업자본의 펀드나 CVC는 금융사에 대한 지배구조 문제를 다루는 일반 금산분리 규제와는 다른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순수 사모펀드 운용사보다 산업자본이 각 첨단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며 “산업자본이 펀드 운용사(GP)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풀면 대기업에 잠들어 있는 현금을 생산적 금융 분야에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산업 현장 경험이 많은 기업이 GP로 참여해서 장기적인 자본 조달과 함께 성장 노하우를 전수한다면 글로벌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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