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머리에 코스프레까지, 극장들이 이색 상영회를 개최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동안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자구책으로도 풀이된다.
지난 14일 CGV에서는 영화 ‘부고니아’의 이벤트 상영회로 이른바 ‘민머리 상영회’가 진행됐다. ‘부고니아’는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리메이크한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2025년 신작이다. 극 중 엠마 스톤이 연기한 미셸 풀러는 초국적 제약회사 CEO로, 그에게 원한을 품은 테디 게츠(제시 플레먼스)에 의해 강제로 삭발을 당하는 인물이다.
CGV 측은 이후 “그 누구보다 컨셉에 진심인 영화 등장”이라며 상영회 현장을 공개했다. 이번 이벤트는 작품 속 설정을 그대로 차용해 오직 ‘민머리 상태’만 입장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관객들은 민머리 차림으로 극장을 활보하며 카페를 이용하거나 함께 영화를 관람하는 등 자연스레 친목을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민머리 상영회’는 지난 10월 20일(현지 시각) 미국 LA 컬버 극장에서 열린 선행 시사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당시 행사 주최사인 미국 예술·독립 영화사 포커스 피처스는 “대머리이거나, 현장에서 머리를 밀 각오가 된 사람만 입장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문구를 내걸었고, 이 기묘한 콘셉트가 화제를 모으며 미국 여러 도시로 확산됐다.


최근 극장들은 이처럼 이색 상영회를 내세워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민머리 상영회에 앞서 CGV는 지난 1일 영화 ‘코렐라인’ 코스프레 상영회를 열었다. 건대입구·영등포·홍대점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코스프레 착용을 독려하며, SNS 인증 이벤트 참가자에게 특별 굿즈를 제공해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19일 기준 누적 관객수 563만 명을 돌파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중 역대 1위에 오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역시 메가박스 측의 주최로 ‘하쿠지 vs 탄지로&기유’ 응원 상영회를 개최하며 주목받았다. 일반적인 응원 상영회와 달리 코스프레 착용까지 적극 권장해 화제를 모았다. 관객들은 응원 푯말에 특정 캐릭터를 위해 응원하는 문구를 적으며 이벤트 상영회에 참여했다.
극장들이 이 같은 이색 상영회를 잇달아 선보이는 데에는 최근 극장가의 침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극장 누적 관객 수는 1억 2312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약 2억 2000만 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표 멀티플렉스 기업 CGV는 2025년 기준 부채비율이 600%를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채가 자본보다 6배 많다는 의미다.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차입금만 9977억 원에 달해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며, 메가박스중앙(부채비율 962.7%), 롯데컬처웍스(1124.9%)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이런 가운데 이색 상영회는 극장의 활기를 되살리는 데 힘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단순히 한 회차의 좌석을 채우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머리·코스프레 상영회처럼 콘셉트가 분명한 이벤트는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사진과 후기를 SNS에 공유하게 만들며 광고비 없이도 큰 바이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극장은 워낙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뭘 하든지 아이디어를 내고, 틈새시장을 뚫으려고 하고, 여기저기 유치하고 늘리려 발버둥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이벤트를 통해 이슈가 되면 안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관객이 올 수 있고, 티끌처럼 쌓여 여러 이벤트가 누적되면 총관객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