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권력 본능을 해부 '맥베스 리포트 2025'
루쉰의 고전을 재해석 한 무대'아Q정전'
IMF 시대의 그늘,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권력에 대한 욕망, 자본주의가 만든 지옥 풍경, IMF로 인해 끝나지 않는 고통을 다룬 소극장 연극들이 눈길을 끈다. 인간의 권력 본능을 해부하는 '맥베스 리포트 2025', 루쉰의 고전을 재해석하여 당대를 반추하는 '아Q정전', IMF 시대의 그늘로 인해 여전히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등 제목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작품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른다.

▲ '맥베스 리포트 2025', "인간은 왜 권력을 욕망하는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맥베스'가 2025년의 현실 정치 무대로 재소환된다. 이은진과 심재욱 공동 연출이 만든 블랙코미디 실험극으로 인간 사회의 권력 구조를 침팬지의 정치 본능에 빗대어 탐구하는 작품이다. 무대는 전쟁터, 락 콘서트 같은 대중 연설, 뉴스 생중계, 만찬의 광기를 넘나든다.
"당신이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 현대 정치의 난장판이 펼쳐지면서 관객은 입장과 동시에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으로 '권력의 진화 실험'이 시작된다. 배우들은 인간과 침팬지 사이를 넘나들며, 선동·파멸·위계·추종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맥베스'가 '지금 여기'의 폭군을 해부하며, 선동과 진실, 야망과 파멸이 교차하는 현 시대의 정치 서사를 무대 위로 끌어올린다.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연희 예술 극장. 출연 최주현, 김보나, 김어진, 임휘진, 박성민, 심안나, 신유승, 김하람, 이상훈, 백승연, 장환석, 현윤섭, 최우종, 권혁진. 11월 28일 회차는 '서울 문화의 밤' 야간 공연 관람권 선정으로 1만 원 관람 가능하다.

▲ 루쉰의 정신을 통해 현대를 반추하는 '아Q정전'
2023년 초연 당시 하이브리드 인형과 배우의 신체 행동으로 파격적인 무대를 연출했던 '아Q정전'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루쉰의 고전 '아Q정전'을 현대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저열한 '정신 승리'의 장면을 웃음과 불편함 사이를 오가면서 그려낸다. 인형과 인간이 결합된 무대는 온전하지 않은 존재, 즉 해체 위험을 안은 현대인을 상징한다. 무대 위에 구현되는 현대인들은 자기 방어와 무력감에 시달리는 인간 군상들이다.
루쉰이 쓴 고전인 '아Q정전'은 중국 신해혁명을 전후한 농촌을 배경으로, 최하층의 날품팔이 농민인 아Q의 비극적 생애를 다루고 있다. 아Q의 삶은 비루함 자체지만 관객들은 아Q를 만들어낸 냉혹한 사회 구조와 다를 바 없는 당대의 시스템에 순응해 온 나를 발견한다. 11.27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 극장 쿼드. 연출 정욱현. 출연 민일홍, 전신영, 윤지홍, 김산, 박민석, 유은주, 서율, 남유리, 박민정. 주최 주관 공연 창작소 숨.

▲ IMF 세대를 소환한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
윤미현 작가의 '양갈래머리와 아이엠에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한 가족을 통해 '끝나지 않은 IMF의 기억'을 그려낸 작품이다. 2021년 두산아트센터 '두산아트랩 공연'을 통해 초연되어 섬세한 필력과 현실 감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초연 이후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여기 제약회사 일을 그만두고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는 '나', 포목점에서 일하는 여동생, 콜라텍 주방에서 일하며 치매를 앓는 어머니, 그리고 여러 사업을 말아먹고 경비원이 된 아버지가 있다. 그들의 일상은 '아이엠에프'라는 단어 주위를 끝없이 맴돌며, 그 시절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의 삶을 지배한다.
작품 속에서 IMF 세대를 단순히 과거의 피해자로 그리지 않는다. 이들 세대가 공유한 불안과 망각, 생존의 감각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쓴다. 그러면서 관객에게 "우리는 과연 그 시절로부터 벗어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호성, 장성익, 심소영, 류제승, 이지현, 황규환, 방은영 출연.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CKL 스테이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oks34@newspim.com




![[연극공연] 김지숙, 마지막 무대 ‘로젤’로 돌아오다 - 듣지 않는 시대에 던지는 절절한 독백](https://gninews.co.kr/data/photos/portnews/202511/20251118113337-2853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