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2일 북한강 청평호와 맞닿은 호명산 자락을 차로 15분 정도 오르자 거대한 호수가 나타났다. 높이 62m, 길이는 290m로 270만t(톤)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청평양수발전소의 상부저수지다.
“하부에 댐이 없이 북한강 청평호 물을 끌어올려 상부에 저장했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물을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합니다. 작년 한 해에만 10만 가구 정도가 쓰는 전기를 수도권에 공급했죠.”
발전소를 운영하는 김보선 청평양수발전소장의 설명이다.
태양광 확대 따라 점심시간 물 끌어올려

청평 양수발전소는 1979년 발전을 시작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수발전소다. 원래 전력수요가 적은 야간에 저렴한 전력을 이용해 물을 상부에 퍼 올렸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발전하는 식으로 운영돼왔다.
하지만 최근엔 운영 방식이 달라졌다. 낮에도 남는 전기를 활용해 양수한다. 수도권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태양광 발전 때문이다.
김 소장은 “요즘에는 공장이 가동을 멈추거나 전기 수요가 줄어드는 점심시간대에 태양광 생산량이 많아 이 시간에 양수하고, 전력 수요가 많지만 태양광 발전이 줄어드는 오후 3~4시 이후 발전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의 재생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위해 양수발전이 대용량 에너지저장시설(ESS)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시대 ‘에너지 저수지’…유럽도 확대
최근 ‘에너지 저수지’로 불리는 양수발전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풍력·태양광 등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널뛰는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해주는 대규모 ESS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양수발전 목표 용량을 2038년까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0.4GW로 늘리기로 했다. 대규모 태양광·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양수발전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소승영 한국수력원자력 수력기획부장은 “현재 건설 중인 양수 발전소는 기존 양수발전소와 달리 가변속기술을 통해 출력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에서도 최신 가변속기술을 갖춘 양수발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양수발전은 장시간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고 현재 기술로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 저장장치”라며 “중국, 스위스도 최근 들어 다시 양수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와 양수발전은 함께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