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조’들의 대진격이 계속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스몰마켓 구단 밀워키가 전체 승률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우주 최강’ LA 다저스를 만나 연거푸 시리즈 스윕을 따내는 등 최근 20경기 15승 5패다.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거침없이 승리를 따내고 있다.
밀워키는 25일 기준 61승 41패 승률 0.598으로 리그 전체 1위다. 지난 22일까지 11연승을 달리며 1987년 13연승 이후 구단 역사상 2번째 기록을 세웠다. 23일 시애틀에 0-1로 패하면서 긴 연승 이후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튿날 다시 만난 시애틀을 10-2로 대파하고 주변의 우려를 깨뜨렸다.
밀워키는 이번 시즌 선수단 총연봉으로 1억1200만 달러(약 1540억 원)를 쓴다. MLB 30개 구단 중 24위다. 가장 많은 돈을 쓰는 LA 다저스(3억4100만 달러)나 뉴욕 메츠(3억3100만 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1000만 달러 이상 연봉을 받는 선수는 2018년 내셔널리그 MVP 크리스티안 옐리치 등 2명 뿐이다. 그 옐리치는 2019년 파울 타구에 무릎을 맞는 불운한 부상 이후 기량이 꺾였다.
‘발사각 혁명’ 이후 홈런 야구가 대세가 됐지만, 밀워키는 다른 방식으로 점수를 올린다. 팀 홈런 96개로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12위, 10홈런 이상도 옐리치(19홈런) 등 3명뿐이다. 대신 인플레이 타구가 많다. 컨택트 비율 78.9%로 내셔널리그 3위다. 일단 공을 맞혀내고, 필드 안으로 보내기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라인업 타자 대부분 발도 빠르다. 상대 수비가 느끼는 압박감이 배가된다. 도루나 희생번트 같은 작전 시도도 많다. 밀워키는 리그에서 6번째로 많은 경기당 4.8득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 타자는 몸값이 비싸다. 돈 없는 구단이 홈런으로 승부를 보기는 쉽지 않다. 밀워키는 대신 최대한 공을 맞히고, 출루하면 주저 없이 달리는 야구를 택했다. 달라진 룰을 적극 활용하려 한 결과다. 최근 MLB 사무국은 수비 시프트와 견제 횟수를 제한하고 베이스 크기를 확대했다. 홈런 일변도 야구를 어떻게든 탈피하려는 의도였다.
마운드는 탄탄하다. 팀 평균자책 3.58로 전체 4위다.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가 2023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지난해 12월에는 ‘트레버 호프먼상(내셔널리그 최고 구원투수상)’을 2차례 차지한 데빈 윌리엄스가 트레이드 이적했다. 그러나 새 얼굴들이 이들의 빈 자리를 메웠다. 퀸 프리스터, 그랜트 앤더슨 등 싼 가격에 데려온 이름 없는 투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USA투데이는 최근 밀워키 선수들을 가리켜 “빅리그가 원치 않던 이들, 버림받은 이들, 방출된 이들”이라고 했다. 룰5 드래프트(2차 드래프트)로 밀워키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아이작 콜린스는 “밀워키 시내에서도 우리를 못 알아본다”고 웃었다. 무명이지만 그래서 간절함이 더 크다. 불펜 투수 닉 미어스는 “여기 있는 선수 중 절반은 한 번쯤 방출당했거나, 트레이드돼서 온 사람들”이라며 “그래서 오히려 더 팀을 위해 싸우고 싶어진다. 이기고 싶은 욕심은 더 커지고, 그저 방출당한 선수 이상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왕년의 슈퍼스타 옐리치는 묵묵하게 리더 역할을 해낸다. 전성기처럼 리그를 압도하지는 못하지만 먼저 나서서 번트를 대고, 수비에서 몸을 날리고, 1루까지 전력 질주한다. 무명의 다른 선수들이 그를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팻 머피 밀워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 팀의 ‘평범한 조(Average Joes)’들이 해내고 있는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조’는 한국의 ‘철수’처럼 평범한 남자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특출날 것 없는 사람들이 모여 세계 최고라는 MLB 무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밀워키는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팀으로 꼽힌다. 선수단 연봉은 늘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매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다. 25일 기준 최근 5년간 정규시즌 총합 456승으로 리그 전체 5위다. 다만 아쉬운 건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리그 30개 팀 중 우승 경험이 없는 5팀 중 하나다. 2019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6시즌 중 5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모두 첫판에서 탈락했다.
올해 밀워키는 최근 다른 시즌과 비교해도 기세가 가장 좋다. 1969년 창단 이후 끝내 이루지 못했던 우승의 꿈을 향해 무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로 몸을 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