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 총알’ 된 엔비디아 칩… 무역·투자 협상 쥐락펴락 [뉴스 투데이]

2025-11-20

‘만능 카드’로 활용하는 트럼프

사우디·UAE 최신 AI칩 대량 구매 승인

트럼프, 지난 순방 때 AI 투자 대가 약속

“사우디에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 센터”

젠슨 황·머스크 발표로 외교 힘 실어줘

분쟁 종식하는 국가에 기술 판매 논의

‘20세기 원자력 기술’ 같은 역할 분석도

엔비디아 칩(고성능 반도체)이 미국 외교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했다. 인공지능(AI) 칩이 20세기 원자력 기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분쟁을 끝낸 국가들에 AI 기술을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엔비디아 칩은 미국의 무역 협상에서도 꾸준히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

◆美 외교 ‘총알’ 된 엔비디아 칩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미국 방문 일정 이틀째인 1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을 허용했다. 사우디의 휴메인, UAE의 G42 등 두 AI 기업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칩(최신 고성능 칩) 최대 3만5000개와 동등한 연산력의 칩 구매를 허가받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중동 순방 때 UAE에서 AI 관련 대규모 투자를 받는 대가로 UAE에 첨단 AI 칩을 수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과거엔 미국이 보잉 항공기 판매 등으로 외교 관계를 강화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에 AI 칩과 기술 파트너십을 결합하고 있다. NYT는 1950년대 미국이 평화적 이용을 조건으로 우방국들에게 원자력 기술을 제공한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분쟁을 종식하는 국가들에게 AI 기술을 판매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 두 명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예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는데,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당시 두 나라 당국자들을 만나 AI 및 미래 기술 교류에 대해 논의했다. 카자흐스탄도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20억달러(약 2조9384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엔비디아 칩이 카자흐스탄을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이슬람권 국가 간 관계 정상화 합의)에 가입시키는 협상에서 “작은 역할”만 했다고 설명했지만, NYT는 칩이 협상 의제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AI와 엔비디아가 미국 외교에 중요한 도구가 됐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엔비디아 칩은 최근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영국, 중국 등 다른 여러 국가와 미국이 진행한 무역 합의, 투자 협상에서도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사우디에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외교에 힘을 실어줬다. 황 CEO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기술 번영 협정’을 체결할 때 동행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함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직전엔 중국을 겨냥해 “블랙웰 칩 판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회담 뒤 거둬들이는 등 엔비디아 칩을 협상 카드로 이용하기도 했다.

◆트럼프와 밀착한 젠슨 황

엔비디아 칩이 미국의 외교 자원이 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황 CEO의 부쩍 돈독해진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NYT는 “엔비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내 제조업을 다시 들여오겠다는 약속을 실제로 지켜낸 첫 주요 테크 기업 중 하나”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젠슨은 정말 놀라운 사람”이라고 평가했고, 앞서 황 CEO가 사우디와 UAE에 2000억달러(294조원) 이상 칩 판매를 성사시켰을 때도 “당신이 우리나라에 있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황 CEO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그는 에이펙 참석을 위해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워싱턴에서 연례 개발자 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미국이 승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일하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논란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이스트윙 재건축 사업에 기부한 것과 관련해서도 “매우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다만 황 CEO가 블랙웰 칩의 중국 수출 허가를 얻어내지 못한 것을 두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 부분 선을 긋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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