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보증금 760억 원을 가로챈 정씨 일가가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장기화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등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원시 일대에서 700억 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정 씨 일가’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일가는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15년 등 중형을 선고받았음에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5일 선고 이후 수원지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주범인 부친 A씨는 징역 15년, 공범인 아내는 징역 6년, 감정평가사인 아들은 징역 4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정 씨 일가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일가족 명의 및 임대법인을 동원해 수원 지역 주택 약 800세대를 매입하고, 500여 명에게서 전세보증금 약 760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상고에 나선 구체적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거액의 피해에 대한 책임 회피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여전히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 씨 일가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은 물론, 관련 건물들의 경매 절차도 지지부진하다. 공동담보로 묶인 채 여러 채가 동시에 경매에 부쳐져야 하는 구조라 절차 자체가 복잡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이미 전세계약이 만료돼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했고, 이를 위한 추가 차입으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는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한 피해자는 “가해자가 유죄를 받아도 정작 피해자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빚더미에 올라앉는다”며 “정 씨 일가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마땅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책위 관계자도 “상고를 통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들의 생활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