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수장, 엘리트 판사 앉혔다…이재용발 ‘재계 실험’의 진화

2025-11-17

SK 임원 인사가 발표된 지난달 말, 재계가 술렁였다. 국내 최대 통신사인 SK텔레콤을 이끄는 수장이 기술통(通)이 아닌 창사 이후 처음으로 법조통으로 바뀌면서다.

정재헌 신임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창원지법·수원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엘리트 판사’ 코스를 거쳐 2020년 SK텔레콤 법무 2그룹장(부사장)으로 합류해 기업인으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최근까진 SK의 그룹 차원 준법 감시(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하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과 SK텔레콤 최고거버넌스책임자(CGO)를 맡아왔다. 이번 CEO 발탁도 최근 발생했던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리스크 관리와 준법 감시에 힘을 실어주는 인사라는 평가다.

컴플라이언스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대기업은 SK만이 아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는 현실에서 삼성·현대차·LG·롯데·한화 등 재계 주요 기업 대부분이 제각각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갖추고 있다. 다만 그 실효성을 두고선 여전히 ‘면피를 위한 조직’이라는 냉소적인 시선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라는 기대감이 맞서고 있다. 대한민국 컴플라이언스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1.‘법을 지키는 경영’의 탄생

컴플라이언스는 기업이 지켜야 할 법규를 숙지하고 내부 지침을 만들어 법 위반을 예방·감시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방 안의 스컹크(The Skunk in the Room)’로 비유되기도 한다. 민감한 상황에서도 위험이 감지된다면 경영진의 결정에 언제든 ‘아니요’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적 의미의 컴플라이언스는 미국 대기업 스캔들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다. 1960년대 초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전기장비 제조업체들의 대규모 입찰 담합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이때부터 기업 내부 통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반독점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현재 GE는 체계적이고 독립적인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구축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1970년대엔 미국 주요 기업들이 닉슨 대통령 선거캠프에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외부패방지법(FCPA)이 제정됐다. 컴플라이언스가 기업 자율적인 윤리의 영역을 넘어 공적 규제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다. 이후 2000년대엔 10억 달러 이상의 회계 부정이 발생한 엔론·월드컴 사태 등을 계기로 도입된 사베인스-옥슬리법(SOX)을 통해 본격적으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재무 보고 책임, 내부통제 제도 구축·운영 의무화 등이 생겨났다.

미국에서 시작된 컴플라이언스 제도는 점차 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퍼져 나갔다. 한국에선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상법 등 2가지 법령에서 컴플라이언스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금융사의 경우 준법감시인을 반드시 1명 이상 둬야 하고, 위반 시 1억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금융사가 아닌 일반 회사의 경우에도 상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라면 준법지원인을 두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위반 시 처벌 규정은 없다. 이렇다 보니 주요 대기업은 준법지원 조직을 두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비용 등의 이유로 의무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준법지원인 선임 의무가 있는 437개사 중 실제 선임한 곳은 260개사(59.5%)에 그쳤다. 김은성 한국컴플라이언스협회 이사장은 “비용 문제로 선임 의무가 있음에도 지키지 않는 기업이 적지 않다”며 “대기업 규모임에도 대리급의 젊은 변호사를 준법지원인 자리에 앉히는 등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에서 컴플라이언스 제도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따로 있다. 바로 2020년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다.

2.삼성 준감위와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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