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쏠린 K팝 무게중심…"본진 없는 K팝" 국내팬, 소외감

2025-10-28

[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하이브, JYP, YG 등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글로벌 투어와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면서 K팝의 무게중심이 국내에서 고 있다.

엔하이픈, 스트레이 키즈, 트레저 등 대표 그룹들은 북미, 일본 등지에서 대규모 투어와 현지 팬 콘텐츠에 몰두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는 K팝 산업의 확실한 성장 동력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국내 팬은 이제 뒷전이 됐다"라는 피로감이 번지고 있다. 최근 국내 팬덤 사이에서는 "한국 팬을 더 이상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본진이 없는 K팝"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그룹의 경우 국내 콘서트보다 해외 공연 비중이 월등히 높다.

K팝 기획사들이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수익 극대화'와 '시장 확장'이라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음악 소비의 중심이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 옮겨간 데다, 피지컬 앨범 판매의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산업 매출 중 해외 공연 매출 비중은 약 50%에 달했다. 반면 2024년 K팝 앨범 판매량은 써클차트·한터차트 기준 전년 대비 15~17% 감소했다. K팝의 수익 구조가 점차 해외 투어, MD(굿즈), 콘텐츠 IP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월드 투어는 그룹의 핵심 수입원이다.북미와 유럽에서의 대규모 공연은 국내 매출을 압도한다. 이 같은 구조 변화는 음악 제작 단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플랫폼 중심의 유통 환경 속에서 영어 가사의 비중이 늘고, 퍼포먼스·콘셉트 역시 해외 팬 취향에 맞춰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빌보드 등 글로벌 지표가 그룹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K팝의 성공을 이끈 일등 공신이자 가장 충성도 높은 소비자였던 국내 팬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소외감을 느끼는 주체가 됐다. 이들은 K팝 성공의 기반에서 이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듯한 기분을 토로한다.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 팬 A씨는 뉴스핌을 통해 "데뷔 초엔 방송 출근길, 팬 사인회 등에서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이젠 해외 스케줄 때문에 한국 활동이 너무 짧다"라며 "응원하던 입장에서 점점 거리감이 느껴진다"라고 토로했다.

K팝의 핵심 경쟁력은 '로컬 팬덤의 결속력'과 '현장 중심의 문화'에서 비롯됐다. 국내 팬덤이 만들어낸 응원 문화, 팬사인회, 음악방송 출근길 문화는 모두 K팝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기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K팝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자부심이 컸던 팬들은, 음악의 글로벌화와 콘텐츠의 현지화가 진행될수록 K팝이 점차 '우리만의 것'이 아닌듯한 정체성 혼란을 느끼고 있다. K팝이 일시적인 열풍을 넘어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확장과 동시에 국내 팬덤 기반을 다지는 '균형 전략'이 절실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뉴스핌을 통해 "K팝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팀일수록 해외 활동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노래를 내도 그 안에 가사가 영어가 대부분라 투어도 해외 투어 위주로 한다. 우리나라 팬들은 K팝 가수는 우리 가수라고 생각하는데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시장이 너무 작아서 우리나라 위주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가수는 인기가 많고 수입이 많이 나는 곳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다. 모든 부분이 해외 위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인구가 많아져야 한다. 시장이 커지길 바라야 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moonddo00@newspim.com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