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한국측 대표단이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현장까지 둘러본 뒤 귀국했다. 새 정부는 대표단의 현장 점검 결과를 보고받은 뒤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 대표단은 2~3일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4차 알래스카 지속가능한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콘퍼런스는 태양력·풍력·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안건으로 다루고 있지만 사실상 알래스카 LNG 사업을 띄우기 위한 행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극권인 주 북부 가스전에서 채굴한 LNG를 약 1300km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주 남부 앵커리지 인근으로 옮겨 수출하는 사업이다.
실제 한국 대표단은 알래스카 LNG 사업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대표단 관계자는 “이번 방미에서 알래스카 가스전 관련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현장 시찰 기회가 주어져 프루도베이 등 사업 지역을 직접 둘러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프루도베이는 알래스카 LNG가 채굴되는 가스전이다.
현장 시찰에는 미국 측 관계자는 물론 한국·일본·대만·필리핀 정부 관계자도 동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포스코인터네셔널 등 한국 기업도 참여했지만 현지 사정으로 기업 관계자들은 알래스카 LNG 현장 시찰에는 동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알래스카 LNG 사업의 핵심인 파이프라인 건설 가능성과 가스 매장량 등의 정보를 개략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단에 따르면 프루도베이 유전에서는 이미 석유를 채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스도 함께 추출된다. 다만 지금은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없어 다시 유정에 재주입하고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의 핵심 난제로 꼽혔던 파이프라인 신설에 대한 우려도 일부분 걷힌 것으로 보인다. 사업 발표 직후 국내에서는 영구동토층에 1300km에 이르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영구동토층은 겨울철 땅이 액화돼 구조물을 건설하기 어려운데다 인프라가 부족해 건설 자재를 운반하기도 어려워서다.
다만 현장 확인 결과 이미 프루도베이와 앵커리지를 잇는 송유관이 이미 설치돼있었다. 기존에 설치된 송유관을 따라 인근에 가스 파이프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알래스카 LNG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글랜파른 측은 송유관과 가스 파이프라인이 알래스카 북부 지역에서 시작해 약 70% 정도는 같은 라인으로 내려오다가 이후 남부 지역에서 갈라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갈라진 파이프라인은 알래스카 남부 니키스키의 부동항까지 이어져 여기서 액화 후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송유관은 이미 1970년대부터 운영되던 것으로, 가스관 매립·설치를 위한 관련 데이터도 상당 부분 축적된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는 이같은 현장 시찰 결과를 보고받은 뒤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성공할 경우 7~9일 내에 한국까지 가스를 운반할 수 있어 에너지 수입 다각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LNG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어 관세 협상에서 카드로 쓸 수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방문 결과를 내부적으로 정리해 새 정부에 보고한 뒤 대통령실 등의 지침을 받아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