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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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공군 부대에서 고(故) 유신형 중위가 상관의 직권남용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경기일보 5월14일자 1·3면 등)은 군 조직의 고질적 병폐를 드러낸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업무 분장 체계와 가해자 처벌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유 중위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군 당국은 유 중위가 개인적 사유가 아닌 상관의 부당한 지시와 가혹행위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순직 인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6월까지 군 내 직권남용 가혹행위는 총 436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20년 67건, 2021년 93건, 2022년 85건, 2023년 123건, 2024년 6월 기준 68건이다.
군 안팎에서는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군 관계자는 “상급자들이 승진을 위해 초급 장교에게 과중한 업무를 지시한다”며 “적응하지 못한 채 압박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적발 이후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직권남용 가혹행위 436건 가운데 불기소가 17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재판으로 이어진 사건도 실형은 2건에 불과했다. 집행유예 7건, 선고유예 3건, 벌금형 60건 등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상황이다.
신고가 실형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까다로운 입증 요건과 증거 부족 ▲내부 징계 관행 ▲군사법원 구조 및 피해자 진술 부담 ▲전역·민간 이송 과정의 공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가혹행위를 직권남용을 통한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고통 가해로 규정한다. 실제로 창원지법은 2015년 한 중대장이 부하를 반복적으로 넘어뜨린 사건에서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며 직권남용 가혹행위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판례에도 불구하고 군 내부에서는 상명하복과 군기 중심 문화가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군 내 자살도 이어지고 있다.최근 5년간(2019~2023년) 자살자는 325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사망사고 417명의 77.9%를 차지했다. 모든 원인이 가혹행위 때문은 아니지만 군 특성상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가혹행위는 명백한 범죄임에도 군은 특수성을 내세워 문제를 축소하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분리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가혹행위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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