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효율·옷감 보호', 통돌이 '세탁력·가격 경쟁력'
삼성은 AI 세탁기, LG는 통돌이 라인업·판매 확대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이불·흰 빨래는 통돌이 세탁기가 훨씬 잘 빨린다. 세탁력만큼은 드럼보다 낫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주부 A 씨는 최근 통돌이 세탁기에서 드럼 세탁기로 갈아탄 경험을 이렇게 전했다. 드럼 세탁기가 시장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통돌이 특유의 강한 세탁력과 실속성은 여전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전문가도 "통돌이 세탁력 우수"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세탁기 시장은 지난 20여 년간 드럼 중심으로 재편됐다. 깔끔한 디자인과 물·전기 절약 효과, 옷감 손상을 줄여주는 장점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했고, 건조기와 적층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소비자 선택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일부 수요층에서 통돌이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 같은 흐름은 현장의 전문가 목소리에서도 감지된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가전제품 수리 업체를 운영하며 '가전 박사'로 불리는 이승훈 좋은하루케어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 '지식인사이드'를 통해 "드럼세탁기 사용자들이 다시 통돌이 세탁기로 갈아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드럼 세탁기는 빨래를 위로 들었다가 떨어뜨리는 낙차 방식으로 작동돼 세척력이 비교적 높지 않은 편"이라며 "통돌이 세탁기는 물을 채워서 와류 형태로 회전력에 의해 빨래가 되기 때문에 오염도 제거 성능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철 패딩이나 이불 등 부피가 큰 빨랫감을 세탁할 때 낙차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세탁기 멈춤 증상이 많아서 통돌이를 더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또 "드럼 세탁기는 물 온도를 가열하는 시간이 있어 통돌이 대비 세탁 시간이 비교적 길다"며 "가족 구성원이 많은 경우 이불도 빨아야 하고 아기옷과 어른옷도 분리해서 빨아야 하는 데다 색깔옷을 분리 세탁해야 한다. 빨래 횟수가 많다면 통돌이가 좋다"고 전했다.
◆ 커뮤니티 반응 엇갈려
실제 소비자 반응도 다채롭다. 온라인 가전 커뮤니티에는 "7~8년째 잔고장 없이 만족스럽게 쓰고 있다", "물살 덕분에 세제가 잘 헹궈져 피부가 민감한 집엔 통돌이가 더 낫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반면 "작은 빨래도 물을 많이 쓰고 옷감에 먼지가 남는다", "세탁조 바닥에 깔린 양말을 꺼내려면 집게가 필요하다"는 불편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통돌이는 강한 세탁력·대용량 빨래·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드럼은 물·전기 절약·옷감 보호·건조기 적층 설치라는 장점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삼성·LG전자, 신제품 전략 강화
제조사들도 소비자 수요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인공지능(AI) 통버블 세탁기'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세탁물 종류와 무게를 인식해 급수량·헹굼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AI 맞춤세탁' 기능과, 바닥 강도를 감지해 진동을 최대 33% 줄이는 'AI 진동소음 저감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와 연동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20% 절감하는 'AI 절약 모드'도 탑재했다.


LG전자는 통돌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선보인 'LG 통돌이 컴포트 세탁기(25kg)'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70% 이상 늘며 호조를 보였다. LG는 이를 바탕으로 23kg, 21kg 중용량 모델을 추가했고, 판매 채널도 베스트샵·온라인브랜드샵에서 이마트와 하이마트로 확대했다. LG전자 베스트샵 세탁기 판매 순위 1·2위를 통돌이 제품이 차지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세탁기 시장에서 드럼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통돌이 역시 이불·대형 빨래에서의 강점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꾸준히 수요층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드럼 세탁기는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통돌이도 실속형 수요와 대용량 세탁에 강점이 뚜렷하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정의 세탁 패턴, 공간 구조, 총비용을 따져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