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 며칠 빵값 논란이 뜨겁다. 나 역시 남부럽지 않게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그야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싶은 것은 모든 소비자의 희망이겠다. 그러나 세상에 무조건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다. 요즘처럼 인건비며 원자재가 비싼 시절에는 마진을 아무리 박하게 잡아도 싸게 팔기 어려울 것이다. 가격을 고려하면 제법 괜찮은 품질이거나, 싸지는 않지만 제 값을 하는 것이 있을 따름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빵집은, 부티끄베이커리처럼 팬시하고 고급스러운 곳이 아니지만 소위 ‘착한’ 가격도 아니다. 건물에 주차도 어렵고, 잠깐 앉을 테이블도 없이 아담한 진열장과 카운터가 전부이다. 크지 않은 가게 공간의 대부분은 조리실이 차지한, 사장님이 맛과 재료에 공을 들이시는구나 싶은 맛이다. 주변에 팬이 많아졌는지, 점심때를 조금 넘기기라도 하면 대부분의 빵이 매진된다.
근처에 단골 카페도 있다. 여기도 크지는 않지만, 어려 보이는 사장님이 단정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마음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점심에 혼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식히기도 하고, 음료를 포장해 와서 직원들과 나눠 마시기도 한다. 올해는 워낙 무더위가 기승이어서 수박주스를 여러 번 사왔는데, 물이 떨어지지 않게 이중컵으로 단도리 되어있어 반응이 대단히 좋았다.
요즘은 밖에 나갈 때 작은 장바구니를 챙겨서 다닌다. 대단한 환경보호자는 못된다. 비닐백이나 종이봉투를 한 번 쓰고 버리기 너무 아깝고, 언젠가를 도모하며 모아봤자 결국 짐이 되어 버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가게에 장바구니를 들고가면 무늬를 알아보고 반가워한다. 그렇게 빵봉투는 대신할 수 있는데, 조각케이크를 사면 여전히 종이상자가 따라온다. 이미 개별 포장된 케이크를 고작 몇 분 담았다 버리기엔 너무 깨끗한 상자이지만, 달리 쓸모가 없다. 사업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것도 다 비용이다. 나 한 사람이라도 아껴주자 싶어 상자는 생략하고 담아달라 했더니, 방글방글하던 사장님 얼굴에 곤란한 표정이 떠올랐다. 포장값을 빼 달라는 것이 아니라 아까워서 그러니, 조심해서 들고가리라 맹세했으나, 그러면 케이크가 망가진다는 것이다.
비용을 아껴준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케이크의 맛이나 품질 못지 않게, 만들어진 모양이나 담음새까지 포함해서 사장님이 판매하려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케이크가 상자에 닿지는 않는지, 들고 갈 때 흔들리지 않는지, 손잡이가 견고한지 뿐만 아니라 색상이나 로고의 어울림과 가격까지도 고민해서 포장을 선택했을 텐데, 괜한 오지랖이었다. 카페에서 종이컵을 받쳐라 받치지 말아라 하는 것도 쓸데없는 참견이다. 멀쩡한 종이컵이 아깝기는 하다. 그렇지만 사장님이 결정할 일이다. 내 딴에는 동생 같고 팬으로서 응원하는 마음이었다고 해도, 이렇게 저렇게 비용 줄이고 마진 낮춰서 싸게 팔아라 하는 간섭과 그닥 다를 바가 없구나 반성이 들었다.
나라 안팎도 의료계도 연일 어수선한 요즘이다. 우리 치과계 역시 바람 잘 날이 없다. 우리 회원들이 잘 되었으면 해서, 우리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앞으로도 잘 발전하기를 바라서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마음은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아무리 뜨거운 마음으로 응원하더라도, 일을 맡은 사람보다 의욕이 앞서봐야 공연한 참견이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회무기간동안 끊임없이 분쟁과 소송을 제기하거나, 회의시간에 줄곧 반대를 위한 반대를 거듭하다가 이제는 여러 지부장들의 우려마저 뿌리치며 계속 불협화음을 지속한다면, 이것이 우리 회에 관심을 갖고자 하는 것인지 받고자 하는 것인지 괜한 오해를 사지는 않을까 몹시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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