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검토를 지시하자 관련 찬반 논쟁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그간 성폭행 피해를 알리는 미투,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을 공개하는 배드파더스 등 여론이 호응한 이슈마다 해당 죄의 폐지 움직임이 일었으나, 개인 인격권을 앞세운 논리를 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면서 "실제로 있는 사실에 관해 얘기한 것은 형사로 처벌할 일이 아니라 민사로 해결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역시 가짜뉴스에 손해배상을 묻는 개정안과 맞물려 이 법의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없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선제돼야 자의적 판단 가능성으로 논란을 빚은 '가짜뉴스 처벌법(정보통신망법 등 개정안)'에 명분이 생긴다.
여론도 폐지 쪽에 기울었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초 국회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 자동 회부 기준인 5만명 이상 동의를 받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미투, 배드파더스, 학폭 가해자 폭로 등 가해자가 명백한 사안에서 피해자가 되레 고소를 당해 벌금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자 폐지 여론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법조계를 중심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이 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매체가 매우 다양해 명예 훼손 표현의 전파 속도와 파급효과가 광범위하다"며 "한번 명예가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명예 훼손 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른바 '사이버렉카'처럼 수익을 위해 개인 사생활을 폭로하는 이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존치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이 인정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를 민사소송으로 충분히 보상 받기 어려운 점도 고려됐다.
공개변론 과정에서 법무부 역시 "객관적 진실이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과거사, 성적 지향, 치료 내역 등을 공표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면서 "만약 공익을 위한 표현인 경우 지금도 처벌 받지 않는다"며 존치 의견을 냈었다.
다만 당시 결론이 5대 4로 합헌과 위헌이 거의 대등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결정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당시 위헌 의견을 낸 헌재 재판관들은 "감시와 비판을 봉쇄할 목적으로 (폭로된 당사자의) '전략적 봉쇄소송'이 가능하다"며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 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