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국부펀드, 각종 정책펀드와 중복…시장에 투자거품 부르나 [시그널]

2025-12-18

정부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을 모델로 한국형 국부펀드를 추진하면서 국내 정책 펀드와 중복논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테마섹은 국민연금보다 낮은 수익률로 싱가포르에서조차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있고,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와 20조 원인 모태펀드에 국부펀드가 추가되면서 국내 투자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싱가포르의 테마섹, 호주의 퓨처펀드를 모범사례로 보고 내년에 한국형 국부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지주회사를 만들어 밑에 국내투자·해외투자 등 투자조직을 두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해외에만 투자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지주사 아래 편입되고 별도로 만드는 투자법인이 국내 투자를 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마섹 역시 재무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테마섹홀딩스가 투자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이를 통해 기업과 인프라를 투자하고 있다.

새로 설립할 국부펀드는 1300조 원 규모 국유재산을 근간으로 한다. 넥슨 소수지분 등 세금 대신 받은 물납주식이 이에 해당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들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구조화시켜 유동화, 또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마섹·퓨처펀드 역시 정부가 보유하던 기업지분과 일부 정부 재정을 기반으로 출범했다. 현재 테마섹은 전력·항공·통신·미디어, 부동산, 투자·금융사 등 싱가포르 주요 대기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최대 주주다. 퓨처펀드도 통신·데이터센터·에너지 등 호주 주요 인프라 산업의 최대 주주이거나 주요 주주다.

다만 기재부가 모범사례로 든 테마섹은 최근 주요 연기금 국부펀드와 비교해 낮은 수익률로 비판에 휩싸이고 있다. SWF글로벌에 따르면 2015~2024년 기준 테마섹의 평균 수익률은 국민연금(33위) KIC(39위)보다 뒤진 40위였다.

새로운 국부펀드는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해외에 투자하는 KIC와 달리 국내투자를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150조 원의 국민성장펀드가 출범한 마당에 국내에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국내로 투자대상을 한정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국민성장펀드 역시 기존에 한국산업은행과 성장금융투자운용이 조성해온 각종 정책 펀드와 투자 대상이 겹친다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그나마 성장금융이 조성해온 딥테크 펀드는 국민성장펀드에 통합하기로 했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운영한다. 20년간 벤처투자를 맡아온 모태펀드 역시 주도권이 국민성장펀드로 넘어가면서 그동안의 노하우와 투자 선순환이 약해질 수 있다.

국내 투자에 한정한 점과 기반이 되는 국유재산에 대한 국회 통제가 강해진 점도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테마섹은 초기에만 자국내 투자했을 뿐 현재 50%는 해외에 투자하고 있고, 호주퓨처펀드도 자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에 두 배 이상 많은 27%를 배분한다. 정부가 300억 원 이상 국유자산을 매각할 때 국회에 사전보고 하는 등 국회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발빠른 투자 활동이 어려울 수 있다.

국부펀드를 도입한다면 운용 독립성과 일관성이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테마섹과 퓨처펀드는 투자 결정을 민간출신 전문가가 맡는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형 국부 펀드는 미래세대에 수익을 이어주자는 취지로 수익률에 방점을 두고, 국민성장펀드는 이보다 목표 수익률이 낮은 대출과 메자닌 투자를 활용한 전략산업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두 펀드의 방향은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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