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육성] ➇ 코넥스라는 관문…아이엘커누스 상장은 어떻게 가능했나

2025-12-18

최종 편집일 18th 12월, 2025, 2:14 오후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는 아이엘커누스 상장 지원 과정에서의 핵심 평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정심사 점수표와 회의록, 평가 의견 등은 ‘법인의 이익 침해’, ‘업무의 공정성 저해’라는 자의적이고 추상적인 이유로 비공개 처리됐다. 제주도와 테크노파크는 ‘상장을 할 만 하니 시장에서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책임을 한국거래소로 떠넘기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주식회사 형태의 특수 법인으로 국내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시장을 운영 및 관리하는 시장운영기관이다.

■ 코넥스 상장 판단 주체는?

아이엘커누스의 상장 시장은 흔히들 알고 있는 코스피나 코스닥이 아닌 코넥스(KONEX)다. 시장 진입의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다. 제주도는 11월 18일 아이엘커누스의 코넥스 상장을 알린 보도자료에서 “코넥스는 중소, 벤처기업이 코스닥과 코스피로 성장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제주가 첨단기업을 키워낼 수 있는 투자 생태계를 갖췄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소개했다.

주목할 부분은 코넥스 시장의 상장 주관 기관은 (주)한국거래소(KRX)이나, 거래소는 개별 기업을 직접 심층 검증하는 방식으로 상장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넥스 시장의 핵심은 ‘지정자문인 제도’다. 간단히 말해 코넥스 상장을 원하는 기업을 대신해 상장 적격성을 검토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며, 상장 후에도 기업을 관리 및 감독하는 역할을 맡은 증권사라고 이해하면 된다. 상장 희망 기업은 반드시 지정자문인을 선임해야 하며, 한국거래소는 지정자문인이 제출한 자료를 핵심 근거로 상장 적격성을 판단한다.

■ ‘상장적격성보고서’를 누가 작성하나

본지가 확인한 아이엘커누스의 상장적격성보고서는 지정자문인(IBK투자증권)이 작성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문서다. 보고서에는 기업의 사업 개요, 재무 상태, 사업 지속 가능성, 리스크 요인 등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업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지정자문인이 제출한 보고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아이엘커누스에 지원했다는 5천만원의 상장 수수료는 지정자문인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 “자본잠식도 상장 가능”…상장 앞두고 급(急) 유상증자?

아이엘커누스는 상장 준비 과정에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잠식 자체가 코넥스 상장 불가 사유는 아니다”라면서도 “보다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상장 전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사전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이엘커누스는 상장 평가 직전 협력업체로부터 약 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아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한 뒤 상장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에는 “25년 8월 약 1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부분자본잠식으로 재무구조가 일부 개선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투자는 지분 투자 형식으로 이뤄졌지만, 상장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순수한 성장 투자였는지,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한 조치였는지를 둘러싼 의문은 지켜봐야 할 일이다.

■ ‘검증된’ 기업이라는 제주도의 주장…실상은

제주도는 그동안 상장됐기 때문에 ‘검증된’ 기업이라는 논리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코넥스 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 말은 상장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해석하는게 맞다. 코넥스 상장은 기술력이나 재무 안정성을 엄격히 검증하는 절차라기보다는, 지정자문인의 관리와 책임을 전제로 한 진입 시장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장 자체가 곧 기업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인증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적격성보고서에 담긴 ‘상장요건 검토 결과’를 보면 기업의 성장성이나 기술력을 평가한 자료가 아니라, 코넥스 상장을 막을 결격 사유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형식적 체크리스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행정의 비공개, 그리고 제도의 그림자

제주도와 제주테크노파크는 자신들의 평가 기준과 점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아이엘커누스 상장은 지정자문인 보고서와 코넥스 제도에 의해 진행됐다. 아이엘커누스 사례는 한 기업의 상장 여부를 넘어, 제주도의 상장기업 육성 정책이 어떤 기준과 구조 위에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행정은 정성적 평가를 했다는 설명만 남겼고, 실질적 판단은 제도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행정이 책임져야 할 설명 의무가 제도 뒤로 숨은 셈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왜 제주도정은 가장 완화된 시장 구조를 가진 코넥스를 상장기업 육성의 출발점으로 삼았을까. 다음 회차에서는 코넥스 시장이 행정의 정책 목표와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구조적으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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