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하루 '0원'...공모펀드 직상장, 제도 실효성 논란

2025-12-17

공모펀드 활성화를 목표로 도입된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가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증권(ETN)처럼 장내 매매를 허용해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참여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며 제도 효과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된다.

공모펀드 직상장은 기존 공모펀드 구조를 유지한 채 거래소 상장을 허용해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해당 제도를 통해 상장된 '대신 KOSPI200인덱스 X클래스'는 일부 거래일에 거래대금이 2만1570원에 그치는 등 유동성이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유진 챔피언중단기크레딧 X클래스' 일정 기간 역시 체결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공모펀드 직상장이 투자자 선택을 받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ETF 대비 체감되는 매력 부족이 꼽힌다. ETF 시장이 사상 첫 300조원 돌파를 앞두며 자금이 빠르게 쏠리는 가운데, 본래 공모펀드 유통 구조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바 있다. 다만 코스피200 지수 추종이나 중·단기 채권 투자 등 주요 전략은 이미 ETF 시장에서 충분히 구현돼 있다. 유동성과 거래 편의성이 검증된 ETF에 익숙해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투자 행태를 바꿀 만큼의 선택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기존 공모펀드의 장점을 충분히 계승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모펀드는 장기·적립식 투자에 적합한 구조를 통해 잦은 매매를 줄이고 투자자의 행동 편향을 완화하는 기능을 가져왔지만, 공모펀드 직상장은 장내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특성이 투자자에게 명확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 투자 상품의 성격과 상장 상품의 거래 속성이 동시에 강조되며 정체성이 오히려 흐려졌다는 평가다.

운용업계 역시 직상장 공모펀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고 본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의 틀을 유지한 채 거래소 유통만 허용한 구조"며 "장기 투자 상품이라는 공모펀드의 강점이 분명히 살아나지도, ETF처럼 즉각적인 유동성과 접근성을 제공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운용사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공모펀드 직상장은 500억원 이상의 설정액 요건과 기초자산 제한 등 참여 기준이 까다로운 데다, 이미 ETF로 자금 유입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별도의 상장 상품을 추가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추진된 제도인 만큼, 그 효과에 대한 재점검 요구도 제기된다. 실제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함께 향후 공모펀드 정책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직상장의 취지는 분명했지만, 투자자 행동과 시장 구조를 충분히 반영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공모펀드 정책 전반을 다시 정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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