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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나를 증명한다
‘여권+신용카드+주민등록증+비밀번호+…=얼굴’이 되는 시대가 오는 걸까. 얼굴만 들이밀면,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얼굴 결제·인증’ 시장이 성큼 현실로 다가왔다. 단순 회사 출입증 대체 수준을 넘어, 한국인 전체의 얼굴을 구분해 민감한 돈거래까지 맡길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한 상황.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도, 편의점·음식점에서 계산할 때도 얼굴만 있으면 끝. 시장의 시선은 파격적인 편안함을 앞세운 얼굴이라는 인증 수단이, 기존 인증·결제 시장을 얼마나 대체할지로 쏠리고 있다.
그런데 얼굴로 나를 증명하는 일, 안전하긴 한 걸까. 소셜미디어에 올린 내 사진·영상으로 나를 누군가가 사칭한다면. 나이가 들어 내 얼굴이 예전과 달라졌을 때도 온라인상 나와 지금의 내가 같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 SF영화 속 누군가처럼 ‘변장 마스크’라도 쓰고 나타난다면. 이미 온 미래, ‘얼굴 결제·인증’은 앞으로 세계를 어떻게 바꿀까. 얼굴을 포함한 생체인증 기술이 온라인 속 나를 안전하게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시다면.

1. 1000만 명 중 내 얼굴 골라내는 AI
“구글, 당신들 모두 X 됐어. 내 친구는 고릴라가 아니야!” 흑인 프로그래머 재키 앨신은 2015년 6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앨신이 흑인 여성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의 제목을 구글 사진 서비스가 ‘고릴라들(Gorillas)’이라고 자동으로 작성했기 때문. 당시 이미지 인식 기술은 사람과 고릴라도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인공지능(AI)은 1000만 명 중 내가 누구인지 0.08초 만에 찾아낸다.
①어떻게 가능해졌나
얼굴은 암호다: 얼굴 인식의 핵심은 특징점(feature) 비교다. 특징점은 얼굴을 단순히 눈·코·입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모양과 위치, 각도 같은 정보를 숫자(벡터값)로 바꾼 값이다. 컴퓨터는 이 숫자들을 행렬, 즉 일종의 3D 좌표처럼 저장해 ‘특징점 값(feature value)’을 만든다. 이 같은 특징점 값은 마치 암호처럼 사람마다 고유하다. 신원 구분에 활용할 수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