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가 여러 계정 운영하며 동시다발 게시
하루에만 수만 건···‘기술적 개입’ 가능성
전문가 “상시 모니터링 가능한 조사단 필요”

한국에서만 700만명 이상이 이용 중인 SNS 플랫폼 X(구 트위터)가 성매매 광고의 온상으로 이용되고 있다. 관련 부처가 대응 하고 있지만 하루에만 수만건이 올라오는 통에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실시간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조사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6일 오후 8시 기준 X 실시간 트렌드 1~3위는 모두 성매매 광고와 연관된 검색어(키워드)였다. ‘바로 오프 하실 분 연락’ ‘만남 보실 분’ ‘대학생 20’ 등 검색어가 들어간 게시물은 각각 2만5000여개였다.
X의 ‘실시간 트렌드’는 알고리즘으로 X에서 ‘급부상’하는 주제를 선정해 이용자에게 알려준다. 실시간 트렌드 상위권에 오르면 더 많은 사람에게 게시글이 노출될 수 있다.

성매매 광고를 게시한 계정들은 모두 구조가 비슷하다. 여성의 신체가 강조된 프로필 사진이 걸려 있고 구체적 지명을 언급하며 “지금 보실 분 연락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기자가 키워드로 검색되는 계정 30개를 무작위로 확인해보니 닉네임이 모두 같고 지난 7월 생성된 것으로 나왔다. 성매매 광고 글을 2~3시간 간격으로 올리는 것도 비슷했고 30~50명 정도인 팔로워도 다수가 겹쳤다. 이들 대부분은 “연락은 본계정으로 달라”며 동일한 X계정으로 로 연결되거나, 라인·텔레그램 등 메신저 앱(애플리케이션)을 링크했다. 한 개의 ‘업체’가 여러개의 계정을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30개 계정 모두 성매매 광고글을 올리기 전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다각형 이미지와 함께 ‘용감한(brave)’ ‘회복력(resilience)’ ‘활기찬(energetic)’ 등 긍정적인 단어가 포함된 게시글을 올려뒀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 이 다각형 이미지를 올리면 역으로 ‘성매매 광고’ 계정이 노출되기도 한다.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는 하루에만 수만개가 쏟아지는 성매매 광고에는 ‘기술적 개입’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X에 올라오는 성매매 광고 글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성착취피해아동·청소년 전북지원센터 ‘나우’의 전은솔 팀장은 “최근 2주간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며 “짧게는 초 단위로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한다. X에 신고해도 비슷한 계정이 무차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사람이라기보다는 기계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봉규 한세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이 범죄자들은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사용하는 ‘얼리어답터’라 AI 기술도 악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트위터 계정과 팔로워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계정을 만든 뒤, 성매매 광고를 끊임없이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X 고객센터를 보면 ‘트위터 운영 원칙’ 중 ‘불법 또는 특정 규제 상품 및 서비스’를 위해 이용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다. 세부 내용에는 ‘성적인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계정들은 X의 필터링에 걸리지 않도록 조건은 ‘ㅈㄱ’으로 ‘개인’은 ‘ㄱh인’으로 쓰는 등 변형·생략하고, ‘맘눌뎀(’좋아요‘를 누르면 디엠을 보낸다는 의미로 성매매 암시)’ 등 은어를 사용하기도 해 필터링을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도 이런 계정들을 성매매처벌법상 ‘업소 광고 행위’로 보고 X에서만 지난달 총 2379건을 자율심의 요청했다. 매주 약 500건 꼴이다. 하지만 ‘이용 정치’ 조치가 돼도 유사 계정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는 ‘여성가족부 산하에 상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조사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마약 범죄를 온라인상에서 모니터링하는 조사단이 식약처에 있는 것처럼, 여성가족부에도 ‘온라인 성매매’ 문제를 상시 모니터할 수 있는 조사단이 필요하다”며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수사·단속을 의뢰하는 등 관계기관과 연계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관계 기관과 협력해 모니터링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급증하는 정보통신망에서 불법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력·예산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