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법인세 모든 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 올리는 등의 세제 개편안을 놓고 7일 여야가 국회에서 여론전을 벌였다. 개미투자자의 원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의 정상화”를 강조했고, 국민의힘은 “반(反)시장, 반기업적 세제개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정 위기극복을 과제로 둔 새 정부 첫 세제 개편안 분석 및 평가’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감세 정책을 “부자 감세”로 규정해 세제 개편에 나서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이자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인사말에서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국세 수입이 절대적 규모로 감소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자본 시장 활성화라는 하나의 과제도 있다”고 했다. 같은 상임위와 특위 소속인 김영환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대책 없는 감세 정책으로 이재명 정부가 국가 재정의 뿌리부터 세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며 “세제 개편안은 기업과 초고소득층에 과도하게 유리한 세제를 정상화하고 훼손된 세입 기반을 복원하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와 양대 노총 등 ‘조세 정의’를 주장하는 전문가 위주로 이날 토론회에 초청했다. 발제를 맡은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현 정부가 시도하는 법인세 (모든 구간에서의) 1%포인트 인상은 최소한의 조치이고 경제 여건이 나아지면 더 올릴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근로소득은 세금을 매기면서 주식 양도세에 대해서는 세금을 매기지 말자, 이걸 누가 온전히 받아들이느냐”며 “그러면 근로소득세도 없애고 세금을 다 없애 버려야 한다. 비정상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현 정부의 핵심 목표인 ‘코스피 5000’과 배치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증시 부양을 해도 시원찮을 판국에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물량이 (연말에) 쏟아지게 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서 대주주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느냐”며 “기업 경쟁력이 약화하는 마당에 방향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어떤 기업은 미래 가치가 좋은데 배당을 잘 안 하고, 어떤 기업은 배당은 잘해도 미래 가치가 불투명할 수 있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하면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만 투자해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세제 개편안을 “대한민국을 망치는 이재명표 세금 폭탄”으로 규정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주최한 ‘이재명 정부 첫 증세안, 누구를 위한 세제개편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세제 개편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경기가 안 좋고 관세 협상 때문에 한국 기업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 와중에 (법인세) 세금을 물린다 하니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반시장, 반기업적 세제 개편에 국민의힘은 단연코 반대한다”고 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도 “잘못된 세제 개편안으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 시장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초청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세제 개편안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원상필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하향, 증권거래세 인상(0.15%→0.2%), 배당소득 분리과세 후퇴 등 투자자의 반발 사고 있다”며 “이는 증시 침체를 야기하고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에서 10억으로 낮추면 연말 시장에 (양도세를 회피하려는) 대규모 개인 매물이 집중돼 시장이 급락하고, 이로 인해 시장이 9개월만 거래 가능할 정도로 왜곡된다”고 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조세 미협약 국가 외국인, 조세회피처 외국인, 외국 법인은 삼성전자를 100조원 이상 보유해도 세금이 제로”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은 세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여론을 주시한 뒤 신중하게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양도세와 관련한 당의 공식 입장을 정책위원회에서 수렴해 일요일(10일) 열리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