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벨트 중심 서울 아파트 직거래 증가
특수관계자간 거래 절세 혜택 노려
플랫폼상 직거래엔 허위매물 많아 주의해야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6·27 대출규제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에선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상급지 아파트 거래가 어려워질 것이란 예측 하에 증여 성격을 띠는 직거래를 선택하는 자산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 직거래 증가 이유 배경엔… "가족 간 저가 거래, 증여로 안 잡혀서"
12일 프롭테크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 직거래 비중은 3.7%로 전월(2.4%) 대비 1.3p(포인트) 확대됐다. 강남·성동구(6.7%) 동작구(4.9%) 강동구(4.2%) 마포구(4.0%) 등 순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한강벨트' 지역의 직거래 비중이 특히 커졌다. 강남구와 성동구의 경우 한 달 사이 5.1%p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지난달 11일 영등포구 여의도시범 118㎡(이하 전용면적) 20억8000만원(9층)에 직거래됐다. 직전 거래 가격인 32억 8000만원(11층)보다 12억원 낮은 가격이다. 지난 6월 10일에는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2차 175㎡가 직거래 형태로 65억(8층)에 손바뀜했다. 같은 달 25일 동일 평형 동일 층수가 84억50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약 20억원 차이가 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거래 시 직거래를 택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중개를 주요 서비스로 하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이 생겨나며 높았던 직거래의 벽이 다소 허물어진 모습이다. 직거래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중개보수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주택 매매거래에서 최대 중개수수료율은 ▲6억~9억원 0.4% ▲9억~12억원 0.5% ▲12억~15억원 0.6% ▲15억원 이상 0.7% 이내다. 최대 요율 이내에서 중개인과 거래자가 협의할 수 있다. 예컨대 매매가 15억원 아파트를 사려면 최대 1050만원의 중개보수를 내야 한다. 부동산 거래를 하는 양 당사자로선 이 수수료 부담만 덜어내도 상당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증여를 목적으로 하는 직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증여세법'에 따르면 가족 등 특수관계인간 부동산 직거래시 최근 3개월 이내에 거래된 실거래가 대비 30% 이상 또는 3억원 이상 차이가 나지 않으면 정상 거래로 간주해 세금을 물지 않는다. 여기에 중개수수료도 아낄 수 있으니 증여보다 절세 효과가 크다고 보는 셈이다.
6·27 대출 규제로 인해 고가 아파트일수록 매도가 어려워지자 증여가 증가한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향후 더 강도 높은 규제책이 등장하면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집값 조정기에 급매 대신 증여를 택하거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직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저가 직거래는 국세청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올 초 국세청은 서울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특수관계자 지위를 악용한 저가 직거래와 편법 증여를 통한 고가 주택 취득 등 세금 회피를 시도한 150여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C씨는 본인 소득의 수십 배에 달하는 서울 고가 아파트를 수십억원에 매입했다. C씨 아버지는 최근 고액 배당금을 받고 상가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C씨 자금 여력을 고려할 때 아버지로부터 아파트 매입 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세청은 조사에 착수했다. 박정수 나이스세무법인 세무사는 "특수관계자간 저가 거래는 정당한 사유로 이뤄졌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증여세 회피로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복비' 아껴 좋지만… 사기 거래 주의해야
직거래의 또 다른 단점은 전문성 부족이다. 계약의 양 당사자가 법률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계약서에 반드시 기재돼야 하는 내용을 누락하거나, 매수한 집에 문제가 발생해 매도인에게 하자보수를 요청해야 함에도 계약 후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지 않은 매매계약에선 법적 분쟁이 발생해도 거래 당사자가 소송 제기 등의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에는 개인 간(C2C)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의 부동산 직거래가 폭증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안성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켓에서 진행된 부동산 직거래는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말 5만9451건으로 약 220배 폭증했다.
중도금이라며 돈을 입금하게 한 뒤 연락이 두절되는 이른바 '먹튀' 방식이나 부동산 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가짜로 매매 관련 게시글을 올리는 허위매물 사례도 발견됐다. 최근에는 당근마켓에 타인 소유 부동산을 본인 집인 것처럼 글을 올린 뒤 보증금의 10~20%에 해당하는 가계약금을 보내라고 한 다음 돈을 편취하는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 이렇게 발생한 피해액은 총 3억5000만원, 피해자는 5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피해를 막기 위해 부동산 판매 게시글 작성자와 등기부상 소유자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집주인 인증 기능'을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증 매물 비중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는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를 도입한 플랫폼에 실명인증을 통한 거래자 본인 확인 절차 강화를 주문한 상태다. 직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플랫폼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가 중개한 매물에 문제가 있는 경우 공인중개사협회의 공제를 통해 일정액의 보상을 받을 수 있고 한국부동산원의 규제를 받게 되지만, 개인 간 부동산 거래는 이 같은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다. 공인중개사의 도움을 받지 않은 매매계약에선 법적 분쟁이 발생해도 거래 당사자가 소송 제기 등의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직거래는 목적물 자체나 권리관계에 존재하는 문제를 모르고 넘어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때 손해배상이 매우 까다롭다 보니 법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서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