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쏠린 첨단치료 인프라…지방선 'CAR-T' 꿈도 못꾼다

2025-07-24

제주도에 거주하는 50대 암 환자 A씨는 최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CAR-T(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항암 치료가 듣지 않는 상황에서 마지막 선택지였지만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A씨는 혈액 뽑으러 한 번, 약이 나오면 다시 와서 투여받고 그 뒤에도 최소 한 번은 더 올라와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암 환자에게 잦은 이동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지만 제주도 인근 지역에서는 CAR-T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없어 결국 서울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꿈의 치료제’라고도 불리는 CAR-T 치료가 가능한 병원들이 수도권 인근에 몰려있어 지방 환자들이 이용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혁신 암치료 기술 혜택을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험있는 의사 양성과 전국적인 협진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2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CAR-T킴리아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전국에 14곳 뿐으로 그나마 12곳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AR-T 치료는 혈액암 환자들 사이에서 ‘꿈의 치료제’라고도 불린다.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재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 일부 환자에게서는 기존 치료제보다 현저히 높은 완전관해율을 보이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보험 적용을 받는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유일하다. 킴리아 기준 미국 등 해외 제조소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어 한국으로 들여오는데 약 25일이 소요된다.

문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추출하고, 해외 제조소에 보내 치료제를 만들고, 다시 들여와 환자에게 주입하는 과정이 고난도 시술이라는 점이다. CAR-T 치료 경험이 없거나 협진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병원에서는 시도조차 어렵다. 특히 기존 항암제처럼 완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계약 체계·물류 등의 조건을 처음부터 세팅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적 입장에서도 병원의 부담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료 수요는 전국적으로 존재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인력·시스템을 갖춘 병원은 ‘빅5’ 병원을 비롯한 수도권 대형 병원들에 그치고 있다. 김석진 대한혈액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CAR-T 치료는 단순히 신약을 들여오는 게 아니라 채혈한 환자의 피를 제약사로 보냈다가 다시 돌려받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계약도 복잡하다”며 “신약이기 때문에 병원도 관련한 계약 처리 경험이 없어 행정 소요도 상당한 편”이라고 말했다.

CAR-T 치료 효과를 높이려면 면역세포 추출 후 투입까지 약 한 달 간 환자의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병원들 입장에서는 이것도 부담이다. 현재 CAR-T 치료는 수차례 암이 재발한 환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제 제조까지 걸리는 약 한 달 간의 기간 동안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제도 완화나 병원 지정 확대가 아니라 전반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CAR-T치료를 위해서는 조혈모 이식 수술 경험이 있는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전국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의료 인력과 인프라 확충, 체계적인 협진 네트워크 구축 등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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